북한외교팀이 미국을 상대로 휘둘러 대는 외교솜씨를 보면 귀구멍에 감출 정도로 자그맣게도 만들고 때로는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쇠몽둥이로 키워 자유자재로 상대방을 찌르는 손오공의 여의봉(여의봉) 휘두르는 모습만큼이나 찬란해 보인다. 지난해 10월 제네바핵협정의 성공을 거둔 그 핵외교를 다시 번득거리려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주 성명을 발표하고 「만일 미국과 한국이 팀스피리트 훈련을 재개하려 한다면 핵협정을 찢어버리겠다」고 말했다. 제네바협정에서 약속한 2천㎿의 원자로 건설도 한국형을 절대로 받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북한이 흔히 주장해온 무연관원리(NO LINKAGE POLICY)에 의하면 이런 주장들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들이다.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영변의 핵폐기물 처리장을 사찰하려 했을 때 「그것은 군사시설이므로 민간기구인 당신들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고 미군핵이 한반도에서 철수되는 것과 북한핵 개발은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논리에서 보면 제네바 핵협정을 팀스피리트훈련에 갖다붙일 이유가 없다. 팀 스피리트훈련은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 정기적인 합동훈련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군사적 상식에 의해 실시되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있을 수 있는 도발행위를 가상해 실시하는 방어훈련이므로 북한이 도발을 계획하지 않는 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며 이미 북한군사지도부도 이 훈련참가에 초청해 놓고 있는 개방작전인 것이다. 북한의 주장은 한국은 어떤 방어력도 가져서는 안된다는 논리에 불과하다.
제네바핵협정에 의해 북한에 건설되는 원자로2기의 비용중 75%수준인 30억달러를 한국이 부담하게 돼있고 이런 과정에서 한국형원자로를 건설한다는 것을 미국 일본 한국은 물론 조약체결당시 북한도 양해사항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발표됐었는데 결국 북한이 이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한국은 얼마든지 얕봐도 괜찮다는 논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오는 4월의 평양체육대회를 이산가족상봉기회로 이용하자는 한국측제안을 「분수도 모르는 제안」이라는 말로 일축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핵을 개발했다거나 할 의향이 있다는 말을 한번도 한 일 없다. 김일성은 「우리는 핵을 가질 능력도 의사도 없다」는 말을 거듭했다. 그런데 애매모호한 이 핵을 빙자하여 북한이 여의봉같은 외교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두가지다. 첫째는 북한은 남한을 인질로 잡고 있다는 생각에서이고 둘째는 북한 2천만 주민을 역시 인질로 잡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서울지역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는 사정거리 70의 2백40㎜방사포와 사정거리 50여인 1백70㎜자주포를 최근 대폭 증강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 무기들이 한꺼번에 서울에 쏟아지면 적어도 서울의 3분의 1은 파괴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백40㎜방사포는 지난해 말 현재 1백문수준이었는데 최근 40문이 더 증강됐고 1백70㎜자주포는 현재 1백50문이 증강배치돼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대문앞에 화약을 잔뜩 쌓아놓고 「수틀리면 터뜨릴 것이니 돈 더내라」는 식이다. 이 화약은 북한의 여의봉외교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지만 미국에도 한국돈을 짜낼 수 있는 빌미를 만들어 주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한국의 국방의지는 어디쯤에 있는가. 대문앞에 쌓인 화약고를 보면서 「우리힘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자세이면 통일이 되는 날에도 이나라를 지킬 수 있는 국방력의 보장은 없다고 볼 수 있다. 국방의지 없이 남북대화성과를 바랄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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