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음악명 「사교클럽」도 절주규칙 미국 대학생들의 「음주전통」이 눈에 띄게 쇠퇴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미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분교(UCLA)가 전국 4백60개대 23만8천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를 인용해 20여년전인 71년, 4명에 1명꼴이던 금주 대학생이 지금은 거의 절반에 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주파(파)가 거의 1백%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대학생들의 음주횟수도 줄어들었다. 82년 일주일에 14∼15회 술을 마시던 학생들이 최근엔 일주일에 13회만 마신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음주파들의 아지트였던 펜실베이니아대 인근의 명물주점인 스모키 조에서는 최근 콜라를 시키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 또 주말저녁이면 자연스레 술집으로 발을 돌리던 아버지·형 세대와는 달리 술이 없는 파자마 파티나 비치 파티, 또는 건전한 레포츠를 즐기는 것이 요즘 학생들의 달라진 풍속도이다.
변화의 양상은 폭음으로 악명높은 남학생 사교클럽(프래터니티)에서 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신입생들을 술독에 빠뜨리는 전통 때문에 기성세대의 호된 비판을 받곤 하던 이들 사교클럽들에서도 술을 절제하는 것이 하나의 룰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뉴욕대의 제타 베타 타우 클럽의 한 학생은 『이전 사교클럽은 술 마시는 곳이라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는데 지금은 신입생들이 클럽을 친구를 사귀는 곳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폭음을 뜻하는 「빈지 드링킹(BINGE DRINKING)」이 남학생 사교클럽에서조차도 「미친 짓」으로 취급받고 있는 것은 대단한 변화다.
이렇듯 대학가에서 짙게 풍기던 술냄새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것은 앞세대와는 다른 「신세대」들이 대학을 접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각각 70년대와 80년대초에 시행된 강력한 음주운전 단속법및 음주연령 제한법과 함께 성장한 「협주(혐주) 세대」이다.
술을 마셔 득될 것이 없다는 사실을 체득해 온 이들 신세대가 건강에 대해 갖는 각별한 관심도 음주전통 쇠퇴의 중요한 원인이다. 이들은 술을 마시지 않고 여가를 즐기는 갖가지 방법들을 알고 있고 또한 계속 개발해내고 있다. 뉴욕대 3학년인 한 학생은 『음주는 건강뿐 아니라 학업과 인간관계에도 해를 끼친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대학생활의 낭만보다 미래의 좋은 직장을 더욱 중요시하는 풍조가 확산된 것도 대학가에서 술이 괄시받는 큰 이유이다.
아직 「빈지 드링킹」이 온존하고 있는데서도 드러나듯이 「애주전통」이 하루아침에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전통의 무게를 잃어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윤순환 기자>윤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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