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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중심 정국운영 포석”/김대통령­야총무/이례적 단독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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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중심 정국운영 포석”/김대통령­야총무/이례적 단독면담

입력
1995.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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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만남」 넘은 여야관계 논의/정치개혁관련 「새로운 틀」관심 김영삼 대통령이 11일 민주당의 신기하 총무와 전격적으로 단독면담을 가져 정치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대통령 자신이 취임후 야당총무와 단독대좌한 것도 처음이려니와 그 이전에도 이같은 만남은 극히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와대측의 「사적인 성격의 만남」이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날 회동의 이면에는 대야관계에 관한 김대통령의 새로운 복안이 깔려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더욱이 지금도 여야관계는 지난해 민주당의 「12·12공세」 이후 정상궤도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김대통령도 올 연두기자회견에서 『야당이 과거의 「민주대 반민주」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치투쟁일변도의 구태를 거듭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민주당을 질타한 바 있다. 그만큼 야당의 정치행태에 대해서 낮은 점수를 주고 있는 김대통령이 여야총무를 같이 부른 것도 아니고 야당총무와 단독으로 만난 것은 「국회를 정점으로 하는 대야관계」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볼수 있다.

 물론 청와대측은 이날 회동이 공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전적으로 사적인 동기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또 『정기국회과정에서 신총무가 야당의 원내총무로서 합리적으로 역할을 했다고 생각, 설연휴가 끝나면 아침이나 함께하자고 정초에 이미 약속이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회동내용에 대해서는 『배석자없이 두분만이 얘기를 나눴으며 회동이 끝난 뒤 김대통령은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며 『신총무에게 원만한 여야관계를 이끌어 주도록 부탁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시간40여분에 걸친 이날 회동내용에 대해 신총무가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보아도 현안에 관한 김대통령의 특별한 메시지는 없는 것같다. 여야영수회담이나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의 의견청취등에 관한 신총무의 건의에 대해 김대통령은 영수회담의 후유증을 얘기하는등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노출,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김대통령이 과거에 신총무와 야당을 같이했지만 이날처럼 사적으로 만날 만큼 정치적 행로를 함께했다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때문에 이날 면담은 대통령이 야당총무를 초청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바로 김대통령이 향후 대야관계를 정당중심이 아닌 국회중심으로 이끌어가겠다는 구상을 드러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는 정치개혁과 관련, 김대통령이 생각하고 있는 변화의 한 모습이라는 얘기이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과거처럼 대통령이 야당대표를 만나 담판과 같은 형식으로 정국을 풀어가는 방식은 더이상 있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신재민 기자>

◎민주당 반응/“이대표 격하·야분열 노린것” 극도 불쾌감/“대통령 뭔가 구상… 주시할 필요” 신중론도

 민주당의 신기하 원내총무는 11일 김영삼대통령과의 청와대 단독면담을 마치고 당사 기자실로 찾아와 대화내용을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신총무는 『1시간40분동안 여야영수회담, 5·18수사, 국가보안법 개폐문제, 지역감정 해소대책등에 대한 나의 건의에 김대통령의 간략한 답변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신총무는 『이기택대표와 조속히 영수회담을 갖고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과도 만날 것을 건의했다』면서 『그러나 대통령에 대한 이대표의「무리한」 표현에 대해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아직 풀리지 않아 성사가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보안법개폐에 대해 『김대통령은 북한의 상황이 변하지 않은 만큼 그쪽의 의도에 맞추는 일은 있을 수 없음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신총무는 이어 『김대통령이 지역감정 해소방안을 물어 인사와 자원배분의 불공평을 해소하는 것이 첫 단계라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정당사상 거의 유례가 없는 대통령과 야당총무의 단독면담에 대한 민주당의 반응은 두갈래로 나타났다. 하나는 이기택대표를 무시한데 대한 즉각적인 반발이고 두번째는 김대통령의 궁극적 「의도」를 주시해야 한다는 신중론이다.

 이를 바라보는 이대표측의 분위기는 경악과 충격이었다. 현재 김대통령과 이대표의 관계가 원만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당3역중 한사람에 불과한, 그것도 평소 이대표와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비주류의 총무와 국정전반에 관한 의견을 교환한 것은 이대표격하와 민주당의 분란을 노린 술책이 분명하다며 흥분하고있다. 이대표는 이날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과의 회동을 마친 후 마포당사로 돌아와 『이것이 과연 정치도의에 맞는 일이냐』며 극도의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대표는 특히 김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피력했다는 대목에 대해 『먼저 원인을 제공한것은 그쪽이다. 나도 청와대와 똑같이 불쾌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함께 동교동계의 한광옥 최고위원도 『이왕 대화를 하려면 형식을 제대로 갖춰 본질적인 대화를 했어야 했다』며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고 중도파의 한 최고위원은 아예 『이대표를 물먹이자는 의도』라고 단정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도 당일각에는 『김대통령이 무언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앞으로 추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조세형 최고위원은 『매우 함축성있는 신호』라고 평가했고 이부영 최고위원은 『김대통령이 천명한 국회중심의 정치가 마침내 가시화되는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또한 이대표를 제쳐두고 50대 초반의 신총무를 대화상대로 택했다는 점을 김대통령의 세대교체구상과 연관짓는 시각도 있어 주목된다.<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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