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딛고 이렇게 재기했다”/거래처 부도로 급한김에 어음빌리기 시작/상대 할인부탁 거절못해 연쇄부도 고리에/“벌어 갚겠다” 채권단 설득 간신히 경영회복 정부당국자들은 입의 침이 마르도록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경기활황이 지속되고 있는데도 쓰러지는 중소기업은 늘어만 간다. 한 중소기업인의 「경영간증」이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주인공은 부도를 냈다가 재기에 성공한 김흥중 목화정밀사장. 김씨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9일하오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전국경영자연찬회에서 「창업―부도―재기」의 체험담을 털어놓았다.
자본금 1천만원의 목화정밀이 문을 연 것은 83년. 목화정밀은 초기에 프라이팬 커피포트등 주방용기및 철구조물제작에 주력하다가 89년에는 보일러생산에 뛰어들면서 사업기반을 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업체가 커질수록 근심도 쌓여갔다. 거래업체의 부도로 자금회전에 이상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급한 김에 남의 어음을 빌려쓰다보니 어음할인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남의 부도까지 막아주다가 연쇄부도의 고리에 걸려들었다. 85년 1천1백만원짜리 어음이 부도난 것을 시발로 거래처에 물린 돈이 모두 5억여원에 달했다. 돌아오는 어음을 막느라 사채를 동원하는등 안간힘을 다했다. 연리 1백50%가 넘는 달러사채, 1천만원 빌려쓰고 매일 10만원씩 1백30일 갚는 일수돈, 원금에서 18%를 공제당하는 신용카드할인, 월6∼10%의 이자를 먼저 떼는 가계수표할인등 사채금리는 가히 살인적이었다. 그나마 원할 때 빌릴 수만 있다면 다행이었다. 목화정밀은 91년6월 결국 10억여원의 부도를 내고 주저앉고 말았다.
부도라는 사형선고와 함께 공장에는 압류딱지가 붙고 분노에 찬 채권자들의 함성이 몰려왔다. 숨고 싶었지만 공장을 지키기로 마음먹었다.
실의에 빠진 종업원을 설득하고 공장설비를 추스려 반제품상태에 있던 제품들을 내다팔았다. 50여명으로 구성된 채권단에는 열심히 벌어 갚겠다고 호소했다. 평소 쌓아둔 신의가 도움이 됐다. 필리핀출신의 불법체류 외국근로자들도 재기에 도움을 줬다. 그들은 국내근로자임금의 절반만 받고도 일을 열심히 했다. 부품업체들은 원자재를 대주었고 보일러회사에서는 현금결제를 해주었다. 목화정밀은 지난해 20억원의 매출을 기록, 간신히 부도직전의 규모를 회복했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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