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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21세기위회의 현지보고/한­미 「특수관계」는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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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21세기위회의 현지보고/한­미 「특수관계」는 지났다

입력
1995.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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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관계는 이제는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던 밀월시대가 지나갔다. 냉전체제가 붕괴되면서 예상됐던 한미관계의 이러한 변화는 예상보다 빨리 사실화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한미간의 전통적인 특수관계에서 「특수」가 없어짐에 따라 대미관계에서 성숙하고 현실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한국으로서는 안보·외교에서부터 경제에 이르기까지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체제 유지가 필요한 만큼 그에 대한 대가의 지불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바탕위에서 대미관계를 재확립해 가야 하는 것이 오늘의 상황이다. 북·미 핵합의, 미국의 대북 관계개선등 「투 코리아」정책추세, 거친 시장개방압력등 한미관계는 우리에게는 극히 중대하고 미묘한 국면에 와 있는 것이다.

 지난 9일 워싱턴에서 한국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사공 일)과 미국 국제경제연구소(소장 프레드 버그스텐) 공동주관으로 열린 「한미 21세기위원회」2차회의에서 양측의 관계, 학계, 재계, 언론계등 고위관계자및 전문가들은 양국의 최대현안에 관해 폭넓은 토론을 가졌다.

 이번 회의에서 미국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한미 양국정부가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 긴밀한 공조체제를 회복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합치됐다.

 로버트 조 엘릭 전미국무차관은 한미 양국은 북한에 대한 개방유도 정책을 다시 협의, 공동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뿐만 아니라 군사적 억지력 유지, 비무장지대에서의 상호 병력감축및 후진배치, 주변국제환경의 안정, 국제기구와의 협력강화등 국제적 위상제고등을 추진할 것을 제의했다. 이에대해 김경원(김경원)전주미대사는 북한이 미국과의 핵문제 타결등을 이용, 한미간의 이간을 기회있을 때마다 시도하는 만큼 한미간의 빈틈없는 협력관계 회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정부의 고위관리는 북한측이 경수로 2기의 송·배전선 설치와 원전 기술요원 교육용등으로 추가자금(워싱턴포스트보도에 의하면 5억∼10억달러)을 요청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재확인했다. 그는 또한 남북대화 재개에 계속 비중을 두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적극적인 조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한국형거부도 일축했다. 그러나 한국이 주로 부담해야한다는 것은 부동의 기정사실이 됐다. 미국의 「투 코리아정책」은 이미 시작됐다. 판문점을 거쳐 북한을 방문한바 있는 상원의원과 같은 지한파 인사는 디너초청연설에서 한국측이 북한측에 대해 뒤늦었지마는 김일성의 죽음에 대해 「애도의 뜻」같은 것을 표시하는 것이 남·북화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종용했다가 김경원대사등 한국인사들로부터 미국은 스탈린이 죽었을 때 애도했었느냐는 힐난을 받았다. 제한적이지마는 미국의 대북한관의 엄청난 변화다. 감정을 누르고 냉철한 현실외교로 대응하는 길밖에 없다.

 한미간의 경제현안도 마찬가지다. 세계화, 국제화, 신경제등 구호를 바꿔가며 추진돼온 한국경제의 개방정책과 실적을 보는 미국의 눈은 우리 자신의 눈과는 격차가 컸다. 대니얼 타룰로미국무부 경제및 기업문제 담당 차관보는 차가웠다. 선택은 간단하다고 했다. 한국이 자유화의 속도를 감속하면 한미간의 쌍무적 경제관계는 감축되고 문제만 늘어날 것이다는 것이다. 또다른 미정부고위관리는 무척 투명했다. 『한국의 외국인 투자환경이 극히 나쁘다』고 했다. 타룰로차관보는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장사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김영삼대통령의 약속에 고무됐었으나 한국은 그런 곳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고 했다. 그의 불만 리스트는 길다. 자동차, 금융, 쇠고기, 외국인 투자제한 , 항공화물 운송업, 학원, 통관규정, 의료시험 규정 등이 제한적이고 까다롭다는 것이다. 스위스의 유명경제연구소 IMD가 발표한 경쟁력보고서에 한국이 금융부문에서 41개국중 38위, 자본 비용에서 38위, 자본시장 및 문화개방에서 최하위였던 것을 다시 상기시켰다. 그는 한국이 아시아지역에서도 자유화의 속도가 뒤떨어지고 있다며 미국기업들이 투자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관련 주제발표자인 양수길 교통개발원장등은 보호주의는 실질적인 규정철폐와 시장개방으로 대체돼야한다고 했다. 또한 한미간의 통상회담을 품목별 현안을 타결하는 데에만 무게를 실을 것이 아니라 양국의 통상증대 방안을 협의하는 통상전략회의로 격상시켜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측은 체계적인 통상현안문제의 창구로 올 상반기에 시효가 만료되는 「경제협력대화(DEC)」의 후속기구를 만들것을 요구했다. 

 한국이 이제는 선진국형 수준의 시장개방과 규제철폐등의 압력을 더욱 거세게 받게돼있다.<워싱턴=이재승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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