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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비상/조성호 전국부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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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비상/조성호 전국부장(메아리)

입력
1995.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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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가뭄이 사람들의 애를 바짝 태우고 있다. 해를 넘겨 계속되는 유례없이 혹심한 가뭄이 남부지방에 물공황의 적색경보를 울리고 중부·수도권지역에까지 위기의 파장을 보내고 있다. 상황이 이대로 가다간 본격적인 영농준비가 시작되는 3, 4월에는 「가뭄대란」의 위기를 맞게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도 들린다. 텅 비어버린 저수지,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진 댐바닥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둡게 한다. 댐수위가 자꾸 낮아질 때 민심의 불안수위는 높아간다.

 지금의 가뭄은 갑자기 닥친 재난이 아니라 지난해 장기가뭄에 이어진, 일찍부터 예상된 것이었다. 그런만큼 보다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가뭄이 주는 피해와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시간의 여유가 많았다. 그동안에 정부가 수원개발을 독려하는등 나름대로 노력은 했지만 대부분 구호에 그치고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르지 않아 실효를 거둔 것이 드물다.

 결국 겨우내 하늘만 바라본 격이다. 겨울에 눈이 와 바닥난 댐·저수지를 채워주기를 바랐다면 그것은 「굴우물에 돌넣기」에 다름 아니다.

 긴 겨울 동면하다 또 뒤늦게 법석이다. 관리가 산에 올라 기우제를 지내고 변기에 벽돌을 넣는 절수대책을 홍보하고 국회의원, 장·차관, 관리들이 가뭄이 심한 곳을 시찰한다고 시끄럽다. 갑자기 회의한다고 곳곳에서 야단이고 서울시에서는 절수를 알리는 황색깃발까지 달겠다고 한다.

 보다 진지한 대책이 아쉽다. 변기에 돌멩이를 넣는 절수책같은 것은 시민들의 지혜로도 충분하다. 관은 보다 눈높은 대책을 찾아야한다.

 빈 저수지를 보면 또 「가뭄에 돌친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와닿는다. 가물때 돌로 둑을 쌓아 물이 넘칠 때 대비한다는 말이다. 정부는 지난해 대한발때 바닥이 드러난 댐·저수지를 준설토록 지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으려했다. 불행히도 그것도 지원이 제대로 안돼 대부분 구호에 그쳤다.

 지금이라도 말라버린 댐·저수지의 바닥에 수십년 쌓인 토사와 퇴적물을 준설해 큰 물그릇을 만드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그것은 내일의 홍수와 가뭄에 동시에 대비하는 일이다.

 비상상황이 닥쳐서야 허둥대며 행사성 치레로 끝나기 일쑤인 형식적 대책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 메마른 민심의 댐에 물을 넣어 안정의 수위를 높이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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