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역중 한명도 없어… 총무기대도 빗나가/“김심 이해해도 왠지초라” 씁쓰름한 표정 김영삼 대통령의 지역기반역할을 해온 민자당내의 부산·경남(PK)지역 인사들은 요즘 말이 없다. PK출신이면서 민주계인 경우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당내일각에서는 전당대회이후 단행된 당직개편에서 PK인사들의 기용폭이 대폭 줄어든 것을 빗대어『민주계는 물론 부산·경남권에 대한 김영삼 대통령의 애정이 식은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심지어 『PK가 소외되고 있다』는 다소 성급한 추론까지 등장해 민주계의 심사가 더욱 불편하다.
사실 PK는 이번 당직개편에서 철저하게 배제됐다. 지역안배라는 원칙도 부산·경남쪽에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당대표를 비롯한 당12역중에서 PK출신은 단한사람도 없다. 특히 고위당직자회의등 당내 주요회의에 참석하는 사람의 얼굴만 놓고보면 PK출신 민주계의 위상은 더욱 초라해 보인다.
당총재가 임명하는 자리는 이번 당직개편의 상징성을 고려해 어느정도 이해가 가능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집권당 최초로 원내총무경선을 실시하는 대목에서도 PK는 뒷자리에 물러나 있어야 했다. 다른 자리에서 양보했으니 총무는 PK출신이 차지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했다. 그래서 총무를 제외한 주요당직을 발표한 8일까지만 해도 당내에선 경선총무자리에 신상식 김정수 김봉조 의원 등 PK출신이 지명될 것으로 예견됐었다.그러나 결과가 빗나가자 이지역출신들은 『우리는 또 찬밥이구만』이라며 씁쓰름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물론 PK인사들이 이번 당직개편에 내포된 김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같다. 김종필전대표의 탈당등으로 인한 당내 불협화음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당의 단합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당을 결속시키기 위해서는 김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부산·경남권에서 양보할 수 밖에 없다는 상황분석이 이심전심으로 통하고 있다.
한걸음 더나아가 『PK의 역할이 줄어든 것이라기 보다 TK(대구·경북)와 충청권인사들에게 당의 단합과 지자제선거에서의 승리라는 과제를 준 것으로 봐야한다』는 적극적인 견해도 있다. PK출신의 한 의원은 『현상적으로는 소외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그러나 PK가 2선으로 후퇴하지 않으면 화학적인 결합이 어려운 상황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또다른 의원은 『지자제선거와 15대총선이 여권의 당면과제라는 전략적인 측면도 고려해야한다』며『개인적으로 섭섭한 생각이 있더라도 표현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민주계의 좌장격인 최형우 의원같은 사람은 『백의종군하겠다』며「평상심」을 유지하고있다. 사무총장자리에서 물러난 문정수 의원도『일할 만큼 일했으니 이제 쉴 때도 되지않았느냐』면서「민주계의 2선후퇴」라는 해석에 오히려 의문을 표시한다. 당내에선 PK의 요즈음 위상을 소외가 아닌 「전략상 후퇴」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장현규 기자>장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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