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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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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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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성과 역적이란 무엇인가, 그 고전적인 해답을 중국의 순자가 들려준다. 「명령을 어기면서 임금을 이롭게 하는 것이 충성이고 명령을 어기고 임금을 불리하게 함을 찬탈이라고 한다. 나라가 잘되고 못되는 것도 거들떠 보지 않으며 간사하게 영합하며 봉록을 지탱하는 것을 일컬어 국적이라 한다」. 이 개념은 시대가 크게 바뀌어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구한말에 국권을 일본에 팔아 먹은 매국노가 있었다. 친일 5적이라고 한다. 그 이름을 옮기면 이지용 이완용 이하영 권중현 이근택이다. 대표격으로 이완용을 꼽는다. 몇해전 그의 후손이 「매국의 유산」을 찾겠다고 법정싸움까지 벌여 사회의 분노와 물의를 불러일으켰다. 친일매국의 청산이 너무 관대한 탓인가, 만용과 탐욕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그런데 또 다른 친일의 후손이 있다. 노일전쟁때 일본군의 통역으로, 일진회를 조직해 일본의 주구 노릇을 한 송병준은 이완용 내각의 대신을 지내고 일본에 가서 한일합방을 주창한 친일파의 거두이기도 하다. 그의 친일행각은 일찍 일본이름으로 개명할만큼 철저했고 백작의 작위까지 받았다. ◆이제 와서 그 후손이 수치와 후회에 잠기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나 할까. 친일혈통의 대조가 착잡하다. 송병준의 후손은 수천억원대의 「매국재산」을 어느 복지법인에 기증키로 했다는 것이다. 그 진심에 아무런 위장이 없기를 기대하고 싶다. 그렇다고 조상의 명예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나 후손의 양식의 회복은 평가받을 만하다. ◆친일의 청산이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미결의 논쟁거리로 살아 있음은 슬픈 역사의 유산이 아닐 수 없다. 「친일」이 계속 득세했다거나 보호를 받았다는 비평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역사의 심판은 이리도 더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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