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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일본인의 독서거리

입력
1995.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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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22억권 쏟아져… 대중교통 “승객 대부분 애독자” 일본은 만화천국이다.

 지난해 12월19일 하오3시께 도쿄(동경)지하철 지요다(천대전)선을 운행하는 한 전철. 그중 한 량에 50여명의 승객이 앉아있고 열댓명이 서 있다. 얼핏 보기에 가운데 자리에 앉은 중년신사 한 사람이 부지런히 책장을 넘기고 있고 넥타이를 맨 회사원 차림의 두 젊은이가 문쪽에 비스듬히 기댄 채 잡지를 읽고 있다. 한쪽 구석에서도 청바지를 입은 학생이 역시 「독서」중이다. 자세히 보니 승객의 4분의 1가량이 뭔가를 읽고 있는데 그 가운데 반수이상은 만화를 보고 있는것 같다.

 도쿄의 간다(신전)에 있는 산세이도(삼성당)서점. 1층 한쪽 코너에 수십명이 북적대고 있다. 만화·잡지류 코너다. 서가에 진열되어 있는 만화의 종류만도 수십종이 넘는다. 2층 한쪽에는 아예 만화단행본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다.

 일본에서는 어느 곳에 눈을 돌리더라도 만화가 눈에 띈다. 동네마다 있는 슈퍼마켓, 편의점등에서도 만화는 가장 잘 팔리는 품목중 하나이다.

 만화가 청소년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은 일본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수십종이 넘는 만화잡지를 빼고서도 시사지·월간지, 여성잡지등 모든 잡지성 정기간행물에는 어김없이 만화가 실려 있다. 연령 성별 직업에 관계없이 모든이에게 만화는 생활의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문화청 자료에 의하면 일본 만화산업의 93년 시장규모는 5천7백24억엔. 93년 한해동안 22억5천2백여권의 만화가 출판됐다. 이는 일본 전체 출판물의 39.3%를 차지하는 수치다. 만화잡지를 내지 않는 출판사는 망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현재 가장 많이 팔리는 만화잡지인 「소년 점프」는 발행부수가 6백만권이 넘는다. 단행본만화 「드래곤 볼」(전36권)은 지금까지 2백만질 이상이 팔렸다. 국민 한사람이 한해에 18.2권의 만화를 읽는것으로 조사됐다(94년판 출판지표연보).

 적지않은 논란이 일긴 했지만 공공도서관에도 이미 만화가 비치된 곳이 많고 올해부터는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만화가 실리게 된다. 문화청의 가나구치 야스히사(김구공구·40)문화정책실장은 『전후 만화붐의 세례를 받은 40대중반까지는 만화가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만화의 부정적인 영향도 크다. 일본 만화는 아동용과 성인용을 가르는 뚜렷한 기준이 없다. 성인들이 즐겨 보는 만화는 물론이고 어린이나 청소년층이 보는 만화에도 선정적인 그림이 한장 넘어 실려있다시피 하다.

 자모회등에서 퇴폐·폭력만화의 무분별한 범람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행정당국에서 이를 막을 아무런 제재조치가 없다. 만화출판협회등에서의 자체 심의가 있지만 지극히 형식적이다.

 만화산업의 번창은 일본 만화영화가 세계만화영화시장의 65%를 차지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컴퓨터게임산업, 만화주인공을 상품화한 팬시산업등 관련분야산업의 발전과도 자연스럽게 연계되어 있다.<도쿄=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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