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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괴한 나카무라 망언(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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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괴한 나카무라 망언(사설)

입력
1995.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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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참의원의 나카무라 에이치(중촌예일)의원이 『고베(신호)시 지진으로 극심한 피해를 본 나가타(장전)구의 화재는 한국인의 방화라는 소문이있다』고 한 발언은 악의에 찬 망언이 아닐 수 없다. 나가타구는 재일동포들의 밀집지역으로 완전 초토화되어 모두가 망연자실해 있는터에 이같은 방화설운운은 한국민 전체를 모독하는  폭언으로 마땅히 사죄케 해야할 것이다.

 우리는 나카무라폭언이 1923년 9월1일 소위 간토(관동)대지진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생각할 수 있다. 당시 일제는 관동대지진으로 크게 동요하는 민심의 수습책으로 「조선인들이 사회주의자들과 함께 폭동·방화하고 있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넣었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흘려 주민들을 선동, 조선인들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웠다.

 이와함께 일제는 소위 자경단에게 일본도, 죽창, 낫, 자귀 꺽쇠등을 주어 조선인 3만여명을 검속하고 5천여명을 마구 학살케 했다.

 7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본정부는 이때 자신들이 퍼뜨린 「조선인의 방화설」과 대학살범죄에 대해 사과는 커녕 시인도 하지않고 있으나 범죄행위는 패전후 내무성과 특고의 기밀문서등으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모든 한국인들은 이같은 관동대지진때의 악몽과 만행을 잊지않고 있기 때문에 고베시 지진이 발생하자 혹시나 민족차별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지닌자들이 엉뚱한 짓을 저지를까 걱정했던게 사실이다. 그러던차에 시민도 아닌 국회의원이 NHK TV로 전국에 중계되는 가운데 예산위에서 「방화설」을 거론한 것은 일본국민들에게 소문이 사실인것처럼 인식케 하고 나아가 모든 재일한국인들의 인격을 모독한 것이다.

 나카무라의원은 나중 자신의 발언을 속기록에서 삭제하고 『악성루머가 민족차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발언』이라고 변명했지만 요령부득의 궤변일뿐 발언으로 인한 부작용과 여파등을 감안하면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한편 나카무라망언에 대한 우리의 정치권, 특히 여당의 태도는 참으로 어이가 없다. 민자당이 잘못된 발언이지만 속기록에서 삭제하는등의 해프닝으로 끝났기 때문에 공식대응을 자제키로 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태도인가. 모든 재일동포들이 분노하고 있는만큼 준엄하게 잘못을 지적하고 사과를 요구했어야 하지 않은가. 최소한의 유감표명마저 않은 것은 책임있는 집권당답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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