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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성 실종” 모든 프로 오락화/일 「방송산업」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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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성 실종” 모든 프로 오락화/일 「방송산업」의 현주소

입력
1995.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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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TV/22시간 방영… 포르노영화·나체사진 예사/뉴스도 정치·경제등 중심서 현장 위주로 일본의 상업TV들은 하루 22시간이상 방송을 하고있다. 이들은 자정이 가까워지면 일제히 심야성인프로를 내보낸다. 주로 토크쇼 형식으로 꾸며지는 심야프로는 우리 기준으로 보면 한마디로 「저질」 그 자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가슴을 드러낸 여자의 등장은 예사이고 「생실험」이란 이름아래 우리는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온갖 장면을 거리낌없이 보여준다.

 일본전역에 퍼져있는 섹스산업 현장에 카메라를 마구 들이대는가 하면 심야 전철역 앞에서 방송국과 미리 짠 여성이 행인에게 가슴을 보여주고 얼마나 빨리 유혹하는가를 실험하기까지 한다. 그 뿐 아니다. 시사관계 필름을 내보내면서 화면 한쪽에서는 나체의 여자가 샤워하는 장면을 점점 대담하게 보여줘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아 두려한다.

 공영방송인 NHK를 제외한 일본의 5대 상업방송(니혼TV, TBS, 후지TV, TV아사히, TV도쿄)은 이미 시청률의 노예가 된 지 오래다. 시청률에 따라 광고단가가 철저하게 결정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나 미국처럼 프로그램을 심의 규제하거나 평가하는 기관도 없다. 모든게 방송사 자율이다. 그래서 각 TV들은 공익성보다는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소재로 삼는다.

 시청자들이 청소년 유해론을 들먹이면 『안보면 될 것 아니냐』고 반박한다.

 최근 상업TV들은 전반적으로 프로그램성격을 바꿨다. 심하게 말하면 「모든 프로의 오락화」이다. 선두주자는 후지TV. 80년대 초반까지 『엄마와 아기의 후지TV』라고 할 만큼 드라마와 만화에서 인기를 누리던 후지TV는 시청률이 점차 하락하자 뉴스부터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젊은층을 위해 정치·경제중심보다는 사회의 특이한 사건을 머리기사로 다루는 파격을 시도했고 지가상승보도도 수치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 선을 그어놓고 『이것이 얼마』라는 식으로 딱딱함을 탈피했다.

 아예 「하오6시 뉴스」는 타이틀에서 「뉴스」란 말을 빼고 「슈퍼타임」으로 바꿔버렸다. 이런 시도가 호응을 얻자 다른 방송도 전반적으로 같은 분위기로 따라가 일본의 상업방송은 새롭다고 판단되면 대상을 가리지 않고 덤벼든다. 여고생이 출연, 성에 대해 거리낌 없는 대화를 나누고 거리에서 행인들의 소지품을 뒤져 내용물을 보고 즐거워한다.

 간접광고 차원을 넘어 아예 노골적으로 특정스폰서의 제품을 소재로 만든 프로도 자주 등장한다. 일본TV에 요리관련 프로그램이 많은 것도 식품회사 광고를 잡기위해서다. 규모가 큰 대형 다큐멘터리나 드라마보다는 제작비를 절감하고 장시간 편하게 방송할 수 있는 가벼운 내용의 토크쇼가 주류를 이루는 것이 방송문화의 고급화를 막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하라 마사요시(대원 창량)후지TV 섭외담당부장은 『일본 민간방송은 같은 성격의 프로라면 5분 먼저 시작하고 중간광고도 가장 재미있는 장면에서 집어넣는 식으로 시청자잡기 경쟁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에도 없는 현상이다. 좋은지 나쁜지 모르겠다』는 스미즈(청수 풍) 후지TV 외신부장의 표현처럼 종일방송에 따른 소재빈곤, 제작비 압박, 시청률지상주의에 따른 고육지책에서 나온 일본 민간방송의 이같은 변신이 일본프로라면 잽싸게 모방하는 우리 방송에까지 이어질까 두렵다.<도쿄=최성욱 기자>

◎케이블TV/「쌍방향 통신」 등 매체특성 살려… 140곳중 21곳 “흑자”

 뉴미디어의 선발주자로 불리는 케이블TV를 놓고 세계 각국은 『미국은 성공, 일본은 실패』라고 평가했다. 지난 87년 단순한 난시청해소를 위한 지상파중계가 아닌 다채널 도시형 케이블TV가 실시된 뒤 3∼4년동안 일본의 모습을 보고 내린 결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대도시에서 운영중인 케이블TV의 경우 93년에 이미 전체 1백40개 사업자중 21개사가 단기흑자를 냈다. 그중 10개사는 누적흑자까지 기록했고 가입자수도 전년도 1백7만여세대보다 51.5%나 증가, 1백63만세대로 늘어났다. 끝없이 새로운 것을 모색해온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가장 성공적인 운영을 하고있는 곳은 도큐(동급)케이블TV. 도쿄(동경)도 시부야(삽곡)구와 요코하마(횡빈)시 일부지역이 대상인 이 방송국은 93·94년 연속 총수익 1위를 차지했다. 94년까지 가입세대수는 9만세대를 넘었다. 이처럼 성공적인 운영의 바탕에는 단순한 영상제공에서 벗어나 매체특성을 살린 다양한 서비스가 큰 몫을 하고 있다.

 도큐케이블TV는 「보는 TV에서 사용하는 TV」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쌍방향통신에 주력했고 지역민들에게 밀착된 지역채널로서 특성을 살렸다. 2만4천여 쌍방향 가입자들에게 계열백화점의 자동쇼핑, 공연티켓 예약서비스를 제공하고 출·퇴근 길 지역주민들이 이용하는 주요도로 혼잡정보서비스를 지난해 3월부터 실시해 인기를 얻고있다.

 같은 시기에 방송국내 「차세대 네트워크연구회」도 발족시켰다. 올 봄부터는 일본전신전화회사(KDD)와 공동으로 근거리통신망(LAN)과 접속, 방송·통신결합 서비스를 실시하며 간이휴대전화(PHS)와의 접속실험, 고선명TV(HDTV)전송등을 통해 21세기를 향한 끝없는 도전에 나서고 있다.

 처음부터 모든 전송로를 광케이블로 깔아 쌍방향서비스기반시설을 갖춰놓고 출발하는 케이블TV사도 생겨났다. 올해 초부터 1천5백여세대를 대상으로 방송을 개시한 도쿄 스기나미(삼병)케이블TV는 미국 최대 케이블TV사인 TCI와 제휴, 국제뉴스·경마·스타채널, 전화를 통한 음성응답방식의 가라오케채널까지 새로 추가한 일본내 최다 영상채널(36개)을 제공하고 있다.

 스기나미는 올 가을부터는 디지털전송방식에 의한 7가지 멀티미디어서비스(주문형비디오, 홈예약, 홈안전, 홈쇼핑, 원격교육, 주택건강관리, 전자오락게임)도 시작하며 오는 97년까지는 쌍방향통신을 전면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고스기(소삼 태부)사장은 『멀티미디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케이블TV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도쿄=이대현 기자>

◎지역민방/전국 1백20여곳… 도쿄상업방송 의존 “프로부족 몸살” 일본의 지역민방TV는 1백20여개. 「1현 4국」이란 정책탓에 일본의 지방도 방송천국이 된지 오래이다. 그러나 여전히 방송사간의 치열한 시청률경쟁과 프로그램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있다.

 일본의 지역민방운영은 「의존과 독자성」의 두가지를 병행하고 있다. 이들 지역민방들은 프로그램을 도쿄(동경)에 있는 5개 상업방송에 의존한다. 그 비율은 60∼70% . 재정 인력 시설에서 영세한 지역민방으로서는 제작이 어려운 프라임타임대의 오락 드라마의 대부분을 대도시 상업방송에 의존한다. 여기에 영화, 만화영화등 외부구입분을 제외하면 자체 제작은 불과 10∼15%선이다.

 오사카(대판)에서 가장 늦게 출발한 TV오사카(TVO)는 TV도쿄의 네트워크인 TXN 소속으로 자체제작이 13%지만 독특한 프로그램개발로 이 지역 선발 4개방송을 따라잡고 있다. 오사카가 경제중심의 도시임을 감안, TVO는 경제와 도시형 프로그램으로 지역시청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들이 일요일 상오11시부터 55분간 방송하는 지역경제정보프로인 「텔레비 오사카 총연」을 비롯, 탤런트들이 갖가지 일에 도전하는 「절대로 지지 않는다」와 멀티미디어프로인「다카시로 즈요시(고성 강) X」이다.

 이중 「다카시로…」는 TXN 전네트워크가 동시에 방송을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후지모토 도시유키(등본 민지·54)편성국장은 『지역민방의 생존전략은 결국 독자적이면서 특색있는 방송으로 나아가는 길 뿐』이라며 『다른 방송도 경제를 다루는 만큼 같은 경제분야라도 생활과 밀접한 편성을 한다』고 강조했다.<오사카=박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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