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가 서로를 어떤 호칭으로 부르느냐는 것은 간단하지가 않다. 결혼하자마자 자연스럽게 「여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삼십년을 살면서도 왠지 쑥스러워 그 말이 안나온다는 사람도 있다. 「여보, 당신」이 쑥스러운 사람들은 대개 「자기」라는 말을 호칭·지칭으로 쓰거나, 애매하게 얼버무리다가 자녀가 태어나면 「엄마」 「아빠」라고 부르게 된다. 특히 아내의 경우 남편을 「아빠」라고 부르는것이 일반화된지 오래다. 나이 드신 분들은 예법에 어긋난다고 못마땅해 하지만, 이미 그 호칭은 요지부동으로 자리잡고 있다.
요즘 젊은 아내들이 남편을 부르는 새로운 호칭은 「오빠」다. 나이가 동갑인 부부들은 『철수야』 『지은아』라고 이름을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남편의 나이가 위일 때는 대부분 「오빠」다. 그 호칭은 인기가수나 운동선수를 따라다니며 열광하는 「오빠부대」를 연상시켜서 좀 우습게 들리지만, 당사자들은 『정답고 편안한 호칭』이라고 말한다.
젊은이들은 상급학년이거나 나이가 많은 직장 동료를 대개 「선배」라고 부르는데, 「오빠」는 좀 더 사적인 느낌을 담고 있다. 어려서부터 잘 알았거나, 가족끼리 가깝게 지내거나, 데이트를 할만큼 진전된 사이일 때 「선배」와는 약간 다른 뉘앙스로 「오빠」라는 호칭을 쓰게 된다. 그러다가 결혼한 후에도 그 호칭이 이어진다.
「오빠」란 호칭이 번지는 것은 자녀수가 적은 가정에서 이성 형제없이 자란 젊은이들의 정서결핍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여자형제들만, 또는 남자형제들만 있는 경우에는 이성을 「오빠」라고 부르거나, 이성에게서 「오빠」라고 불리는 사실 자체가 신선한 기쁨과 든든함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부모들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
딸만 셋인 한 가정에서 맏 사위를 보았는데, 세딸 모두가 그를 「철수오빠」라고 부르고 있다. 남편과 형부를 왜 오빠라고 부르느냐고 나무라던 그댁 어머니는 얼마후 자신도 『철수오빠는 안왔니?』라고 말하게 됐는데, 『딸만 있던 우리집에 아들이 생긴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한다. 아들만 둔 집도 마찬가지로 며느리가 아들에게 「오빠, 오빠」하는것이 처음에는 거슬리지만, 차츰 딸이 생긴듯 기분이 괜찮아진다고 한다.
한 신혼부부는 동갑으로 아내의 생일이 몇달 빠른데, 남편이 『너도 나를 오빠라고 불러라』라고 조르자 『내 생일이 빠른데 무슨 오빠냐. 차라리 네가 나를 누나라고 불러라』라고 아내가 일축했다고 한다. 「남매같은 부부」가 좋지 않으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남편을 「오빠」라고 부를만큼 우리말의 호칭이 빈약하지는 않다. 「오빠」도 「아빠」도 아닌 마음에 드는 호칭을 찾기 어렵다면 이름이나 애칭을 부르는것이 낫다고 생각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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