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의원 예산위서 유언비어 인용/「관동 대학살」연상… TV로 전국 생중계/일여야 “경솔” 일제비판… 본인 실수인정/민단 등 사죄요구·한국정부 유감 표명『고베(신호)지진때 재일한국인이 방화를 했다는 소문이 있었다』는 일본 정치인의 국회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나카무라 에이치(중촌예일·평성회소속)참의원 의원이 8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간사이(관서)지진의 복구문제와 관련, 재일한국·조선인을 차별하지 않는 구호방안을 촉구하면서 1923년의 간토(관동)대지진당시 일본인들이 자행한 「관동대학살 사건」을 연상시키는 실언을 했던 것.
그는 『재일한국·조선인이 임시주택에 입주하는 문제에서 차별을 당해서는 안된다』고 전제한뒤 『TV에서 어느 한국인이 「나가타(장전)구에서 화재가 난 것은 재일한국인이 방화를 한게 아닌가하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데 그런 일이 있어선 큰일이다」며 우려했다』고 유언비어를 소개했다.
그의 발언은 간토대지진당시 일본우익세력이 『조센진이 불을 질렀다』『조센진이 우물에 독을 풀었으니 우물물을 마시지 말라』는 등의 헛소문을 퍼뜨리며 학살을 저지른 소름끼치는 만행을 되새겨 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 발언이 NHK 생중계를 통해 전국으로 퍼지는 바람에 민족감정에 불을 지를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총리는 즉각 『정부로선 일체 차별을 하지 않고 있다』며 『악성 소문이 진짜인듯한 인상을 주는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노나카 히로무(야중광무)자치성장관도 『그러한 소문이 있다고 전국적으로 퍼뜨리는 것은 의원으로서 식견이 부족한게 아니냐』며 발언의 취소를 요구했다.
회의가 중단되고 각당 간사들이 나카무라의원의 발언처리를 위해 협의를 갖는등 소동이 빚어졌다. 결국 그의 발언을 속기록에서 삭제키로 결론이 났다.
나카무라의원은 자신이 속한 공명당의 참의원회파 「헤이세이카이(평성회)」는 물론 같은 야당인 신진당으로부터도 『공적인 자리에서 근거가 확실치도 않은 얘기를 인용한 것은 여러면에서 경솔한 처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태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자 나카무라 의원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그는 『재일한국·조선인에게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던 것이 엉뚱한 오해를 사게 됐다』면서 『TV프로에서 재일한국인이 한 말을 인용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그러나 일본내 재일한국·조선인들은 그의 발언이 민족차별에 근거한 발상이라고 판단, 발언 취소와 함께 사죄를 요구하고 나섰다. 조총련 중앙본부는 8일 『피해지역의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출신을 떠나 서로 돕는 여러 미담을 남기기도 했다』며 『나카무라의 발언은 국회의 장에서 유언비어를 확산시키는 몰상식한 폭언으로 간토 대지진때 조선인 학살이라는 혐오스런 역사를 방불케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재일한국민단 중앙본부도 9일 대책회의를 소집, 「나카무라의원의 발언은 분명히 부적절한 것으로 문제점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나카무라의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회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는 비난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한국정부도 그의 발언에 유감을 표명하고 나서 나카무라의원이 자신의 실언에 대해 공식 사과하지 않을 경우 이 문제가 남북한과 일본의 관계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도쿄=이재무 특파원>도쿄=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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