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중소기업 부도시대(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중소기업 부도시대(사설)

입력
1995.02.09 00:00
0 0

 8%이상 고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 한해동안 4천4백97개의 중소기업이 부도를 내고 쓰러졌다고 8일 한국은행이 발표했다. 과열을 우려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활황세가 지속되고 있는 절정의 호황국면에서 중소기업 부도가 전년대비 무려 32.4%의 증가율을 보이면서 사상최고의 기록을 냈다는 것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부도업체수보다 신설업체수가 더 많기 때문에 이것은 활발한 구조조정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정부당국자들의 설명은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문제의 심각성에 무게를 더 얹어줄 뿐이다.

 세계화의 기치를 내걸고 개방과 자율의 도도한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는 지금의 시대적 환경은 근본적으로 중소기업에는 불리한 것일 수 밖에 없다.

 우선 개방의 측면에서 본다면 대규모 자본유입에 따른 해외부문 통화증발의 부담을 국내민간여신 축소로 떠넘기지 않을 수 없어 은행대출이 줄게 되고 특히 담보력과 신용이 약한 중소기업들이 집중적으로 그 부담을 안게 되지 않을 수 없다.

 자율화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금융과 각종 의무적 지원조치들이 약화되거나 철폐돼 불리한 환경이 될 수 밖에 없다. 자율화로 은행들이 규제 간섭없는 독자적 대출을 늘려나가게 된다 해도 그 상업적 경영원리때문에 중소기업들은 갈수록 더 못한 대접을 받게 마련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현실적 바탕은 허무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중소기업 판매대금의 현금결제비율은 36.9%에 불과하고 나머지 외상매출채권도 그중 25.2%만이 각종 금융기관을 통해 현금화되고 있다.

 실물거래가 수반되는 상업어음도 연간 발생규모 1백25조원중 51%만 할인되고 있다. 일본의 현금화율이 90%이상이고 상업어음의 경우 담보유무에 상관없이 전액 할인되고 있는 점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현실적 바탕과 시대적 조류가 모두 중소기업의 생존을 이처럼 어렵게 하고 있다. 3공때부터 새로 들어서는 정부마다 중소기업육성을 강조했고 시책이 나올 때마다 중소기업 지원을 내세워 왔지만 항상 핵심을 비켜가면서 습관성 구호만 되풀이해 온 느낌이다.

 중소기업문제의 핵심은 자금이다. 판매력과 기술력의 열세, 인력난과 함께 행정환경등도 열악하지만 그중에서도 핵심은 자금이다. 이제 문민정부가 그 핵심을 파고 들어가 근본적인 해결을 한번 시도해봐야 할때가 됐다고 본다. 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상업어음의 전액 할인효과를 노린 표지어음제도의 조기 전면 도입과 중소기업 현장의 1차적 금융기관인 신용금고기능의 활성화등 각종 방안들이 원점에서부터 다시 한번 심도있게 검토되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