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의식 충청·TK정서 배려/DJ관련 야권에도 파급클듯/지자선거 성과없을땐 「원점회귀」 될수도 민자당이 세대교체의 실험을 시작했다. 8일 단행된 민자당의 당직개편은 한마디로 「새 인물의 포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주요 당직자 대부분이 「실세중진의 통념」을 일거에 바꿀 정도로 새로운 면면이었다. 4선의 이춘구 대표가 등장하면서 어느정도 예견되기는 했지만 개편의 내용은 예측보다 훨씬 앞서나갔다.
특히 재선의 김덕룡 의원이 사무총장에 기용된 점은 이번 개편의 핵심이다. 사무총장은 이제까지 일반적으로 3선의원에게도 버거워보이는 자리였다. 더욱이 지방자치제선거가 목전에 다가온 중차대한 시기에는 대개 다선의원이 총장을 맡는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때문에 「김덕룡 총장」의 카드는 다분히 위험부담을 안으면서 뭔가를 추진하겠다는 결의를 내포하고 있다. 그 함의는 세대교체와 당운영의 쇄신을 위한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물론 함께 새로 발탁된 이승윤 정책위의장 박정수 세계화추진위원장이 4선, 김영광 국책자문위원장 정종택(전의원)교육연수원장이 3선으로서 나름대로 정치경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현정권 아래서 당직을 맡아보지 못했고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기회가 없었다. 심지어 소외그룹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때문에 이들의 기용도 김총장의 발탁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수 있다.
정국구도 전체와 연관지어 보면 「이대표―김총장」의 구도는 구세대 중심으로 출범할 신당과 뚜렷한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의 영향력이 막대한 야당에도 은근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한 중진의원은 『김영삼대통령이 연두회견과 전당대회에서 차세대를 누차 언급한 것이 결코 수사만은 아니었다』며 『김대통령은 자신의 의도를 계속 밀고 나갈 것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당직인선에는 승부와 실험의 냄새가 짙게 풍기고 있다』고 일말의 우려도 피력했다. 신선하고 충격적이지만 성공여부는 불확실하다는 얘기였다. 만약 지자제선거에서 「이대표―김총장」의 체제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못한다면 세대교체의 정치실험은 원점으로 회귀해야하는 압력에 부딪칠수도 있다.
이번 당직개편은 이같은 현실적인 우려들을 감안한 흔적도 적지않게 드러난다. 무엇보다 선거를 고려해 지역안배에 신경을 쓴 것같다. 특히 JP신당의 바람이 거셀 충청지역, 미묘한 정서가 깔려있는 대구·경북지역을 중점적으로 배려한 것같다. 충북(이대표·정종택), 호남(김덕룡), 인천(이승윤), 경북(김윤환·박정수), 경기(김영광), 대구(김한규), 서울(박범진)등 지역적으로 당직이 고르게 분포된 것이다.
공교롭게 현정권의 아성인 부산·경남지역은 빠졌다. 김대통령의 후광만으로도 선거를 치를만하다는 얘기도 있고 9일의 총무경선에서 이 지역의 3∼4선급 인사가 낙점을 받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
당직인선의 또다른 특징은 실무형인사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만큼 정치에 있어서 김대통령의 친정체제가 강화된다는 뜻이다. 6선의 신상우 의원이 막판까지 총장물망에 올랐으나 결국 낙점을 받지못한 것이나 실세인 최형우 이한동 의원이 일선에서 물러난 사실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김윤환 정무1장관의 경우 JP퇴진과정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한데다 TK정서를 감싸안을수 있는 적임자이기때문에 유임됐다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인선에는 문제점도 있다. 지나치게 보안에 치중, 의견수렴의 과정이 생략됐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점은 남재두(남재두·대전동갑)의원이 당직을 고사한데서도 잘 드러나고있다. 한 중진의원은 『당직인선에서 중진들의 의견을 구하고 사전통보하는 절차는 통합력을 제고시키는 정치행위』라고 지적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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