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예산 전SOC의 7.6%불과/질우선 고집 양은 뒷전으로 밀려 『이번 가뭄은 인재다』
지난해 여름부터 계속되는 가뭄을 두고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정부는 지난해 비가 너무 적게 내려 흡족한 비가 오지 않는한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80년대이후 정부가 물부족상태 도래를 예측하지 못하고 「물 확보」를 등한시, 미증유의 물기근이 초래됐다는 주장이다.
지난해말 현재 하천수 지하수 댐공급량을 합한 우리나라의 연간 용수공급능력은 3백10억3천7백만톤, 수요량은 2백90억3천9백만톤이다. 가뭄에 대비한 용수예비율은 6.9%에 불과해 약간만 가물어도 엄청난 물기근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온대몬순기후대에 속해 있는 우리나라는 강우가 5∼9월에 집중돼 여름이나 가을에는 홍수를 겪어도 겨울부터 봄사이에는 물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름에 내린 비를 모았다가 겨울과 봄에 쓰는 물 「관리」를 소홀히 했다. 물사정이 좋아 풍년이 든 해에도 울산 포항 여천등 공업단지마다 물부족으로 공장가동에 고생하는 것도 물관리대책 부재의 결과였다.
정부는 다목적댐 건설, 하천개발등으로 80년대들어 물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게 되자 물의 양 확보문제를 등한시해 왔다. 오랜 기간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용수개발사업은 투자우선순위에서 밀려났고 설령 예산에 반영된다해도 신청예산의 절반 이하 수준밖에 배정되지 않았다. 심각한 홍수가 닥치고 가뭄이 심화되면 여론에 밀려 『예산을 집중투입하겠다』고 큰소리치다 그 시기만 지나가면 용수확보문제는 한쪽 구석으로 밀어버렸다.
실제 지난해 우리나라의 댐개발 및 치수관련예산은 전체 사회간접자본예산의 8.4% 수준이었고 올해는 7.6% 수준으로 떨어졌다. 용수개발에 노력을 소홀히 한 탓에 우리나라의 전체 강수량중 댐용수로 쓰이는 양은 8%에 불과하다. 이는 연간 강수량중 26% 이상을 댐과 저수지에 가두어 이용하는 일본의 3분의 1 이하 수준이다.
정부와 국민의 물에 대한 의식이 갑작스레 바뀐 것도 물확보를 어렵게 한 원인으로 꼽힌다. 물이 풍부한듯 보이자 「양」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질」이 우선하게 된 것이다. 질만을 고려하다보니 물이 달리게 되고 질마저 악화되는 지경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현 정권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신경제정책 수립시 「4대강 맑은 물 관리대책」등 질 문제에만 집중했을 뿐 양 문제는 거의 거론하지 않았다. 도시화와 공업화로 고도성장을 이룬 일본등 선진국들은 「수해대책기→물확보기→수질중시기」의 과정으로 현재에 이르렀으나 우리나라는 물 확보기를 뛰어넘어버린 것이다.
문인삼 수자원연구소장은 『지방자치시대로 접어들면 용수개발은 주민 반대로 더욱 힘들어지고 지방자치단체장도 단시일내에 업적이 가시화하지 않는 장기사업에 예산을 투입하기를 꺼릴 것이므로 용수개발의 어려움은 더해질 것』이라며 『정부는 목전에 닥친 가뭄 단기대책에는 물론 용수개발과 물의 배분·절약대책등 물의 양 확보 마스터플랜을 하루 빨리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박영기 기자>박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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