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과제지향적 정치/안병준(한국논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과제지향적 정치/안병준(한국논단)

입력
1995.02.09 00:00
0 0

 현재 눈 앞에 전개되고 있는 정파들의 이합집산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한국에서도 과제지향적 정치가 실현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가 정권을 잡는 것보다도 무엇을 일구어 놓겠다는 쟁점을 중심으로 정당 및 선거정치가 발달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당면한 국내외의 도전이 이와 같이 공동과제, 이익 및 가치지향의 정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것을 실현하려면 인물보다는 과제, 지역감정보다는 공통이익, 인기보다는 문제해결 중심의 정치를 유목적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대내적으로 불안하고 대외적으로 불확실한 환경에서 우리가 극복해야 할 최대과제는 사회안정과 국가안보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것들이 정파, 지역 및 개인의 감정과 이익을 넘어서 우리가 공통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정치도 이와 같이 국민들 모두가 해택을 볼 수 있는 공공재를 마련하는데 집중해야만 정당성과 함께 효율성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한국사회는 시민생활의 안전, 물가안정, 노사관계의 평화, 교통문제의 개선, 교육제도의 개혁등 수많은 문제가 해결되어야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출신과 계파를 떠나서 대부분의 시민들은 대형사고와 공급부족의 가능성에 대하여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이러한 민심의 동향이 그대로 반영될 것이다.

 눈을 밖으로 돌려 볼 때, 미·북한핵 합의이행의 불투명성은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북한이 계속해서 미국과의 협상에서 핵동결에 관한 부분만 이행하고 남한과의 비핵화와 대화실천은 거부하거나 지연시킬 때 우리가 취해야 할 대책에 대하여 우리는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앞세워서 세계적 핵확산금지를 한반도 비핵화보다 우선시하고 있으며 다만 남북대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원칙만 되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변화된 현실에서 미국과 공동이익을 재확인하면서 동시에 독자적인 안보태세를 완비해야 한다.

 이처럼 시급히 요청되고 있는 사회안정과 국가안보는 국내정치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한국정치도 독재대 민주대결을 겪은 뒤 사회와 국가발전에서 파생하는 실질적인 쟁점을 떠나서 재편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진실로 미래지향적이고 통합지향적인 정치는 국민들이 절실하게 느끼고 걱정하는 현안을 중심으로 정정당당하게 토론하며 경쟁하는 데서 발휘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현실정치는 지역감정, 인물중심 및 인기동원의 형식으로 진행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정당과 선거의 결과도 영남, 호남, 중부, 강원등 지역간 차이가 좌우했다. 정당은 지도자들의 행보에 따라서 부침해 왔다. 정치인들은 당장에 인기있는 정책을 내세워서 유권자들과 언론의 지지를 획득하려고 노력해 왔다.

 민주주의정치에서 이러한 현상은 극히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에 있어서도 정부와 정당이 닥쳐오는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결국 책무를 지고 선거에서 실패하게 마련이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전된 한국사회에서도 유권자들의 인식은 매우 고도화하여 지금부터는 단순한 지역감정보다는 자기들의 이익과 가치를 토대로 지지를 나타내고 있다. 민주주의의 안정세력으로서 성장하고 있는 중산층은 공동이익 및 이념을 우선하여 서로 결속하고 있다.

 중산층의 개개인들이 각자의 특수사정을 넘어서 전체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곧 사회안정과 국가안보이다. 앞으로 재구성될 정당들도 이 공통과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풀 것이냐에 대하여 명확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여 지지를 규합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정당은 명사들의 모임으로서 그 지도자의 거취에 따라 뭉치고 흩어져 왔던 것이다. 이제부터 정당은 명사와 지역을 초월하여 보다 많은 계층들의 이익과 견해를 반영할 수 있는 정책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정국의 재편과 세대교체도 선거의 결과가 결정할 것이다. 올해부터 3년간 매년 선거가 행해질텐데 그 결과 한국정치의 방향도 다소 달라지리라 생각한다. 권력장악을 위해서 목적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는 식의 행태는 이 연속적 선거를 통하여 도태되고 말 것이다. 국민의 시선과 함께 언론의 감시 하에 한국정치도 투명성을 회피할 수 없을 것이다. 과제지향의 정치에서는 사랑받는 지도자보다는 존경받는 지도자가 바람직하다. 비록 일시적 원성을 사더라도 꼭 필요한 일을 성취하는 지도자는 결국 존경받을 수 있는 법이다. 국민생활 향상과 국가발전을 위하여 무엇인가 구체적인 실적을 이루어 놓고 그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지도자상이 요망되고 있다.<연세대교수·국제정치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