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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가는 TV/박래부(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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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가는 TV/박래부(메아리)

입력
1995.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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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에 세계화로 나아가는 신호가 요란하다. 늙은 미국배우 토니 커티스가 「인간의 땅」에 나오고, 한국인으로 귀화한 독일 출신의 이한우가 「딸부잣집」의 딸과 결혼하고, 찰리라는 청년이 「이 여자가 사는 법」에서 엉터리 영어를 겁없이 사용하는 것등이 그러한 몸짓으로 이해된다. 일본이 「국제화」를 외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중반이다. 당시 일본 TV도 「국제화」를 대중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의욕적인 시도를 했다. NHK TV가 이례적으로 10여권의 국제화 시리즈 도서를 발간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 중에는 「더 데이」라는 책도 있다. 「신국제인 시대」라는 부제와 함께 이 책 제목이 가리키는 「그 날」이 바로 올해인 1995년의 어느 날이다.

 이 책은 10년 후인 95년쯤이면 공장도 판매망도 없는 메이커들이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아이디어 중개업이 보편화하는 등 세계경제가 크게 변할 것으로 장밋빛 꿈을 꾸고 있다.

 최근 7년만에 장기간 일본취재를 하고 돌아 왔다. 이 기간 동안 느낀 것은 NHK가 10년전에 품었던 환상이 상당부분 퇴색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일본은 88년부터 불경기를 맞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화」추진 이후 일본은 언어에서 큰 변화를 맞은 듯했다. 미국이 「베이고쿠(미국)」에서 「아메리카」로, 밥이 「고항(어반)」에서 「라이스(RICE)」로, 화장실이 「데아라이(수세)」에서 「토이레(TOILET)」로 각각 널리 쓰이고 있었다.

 이것이 「국제화」의 결과라고 비아냥거릴 생각은 없다. 그러나 「세계화」의 방식이 한국과는 크게 다른 하나의 예라고는  생각한다. 우리의 드라마 「딸부잣집」은 독일인 칼 토마스가 차령과 결혼하는 전제조건으로 귀화를 내세우고, 두 사람의 사랑을 담보로 이를 관철시키고 만다.

 일본은 국제화를 위해 자신을 바꾸고, 우리는 세계화를 위해 남에게 바뀌기를 요구한다. 어느 것도 바람직한 세계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계화는 밖을 향해 개방된 자세를 갖는 일이기 때문이다.

 NHK는 『국제화를 위해서는 「국가」를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밥」을 「라이스」로 바꿀 필요야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도 일반적 정서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칼 토마스의 귀화를 강요하지 않고 국제결혼시키는 「결단」을 통해서 세계화는 가까워질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문화 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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