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유산청산 세계화에 비중/경선도입 등 당민주화틀 마련/「한시체제」 한계·계파갈등 극복 과제 김영삼정부출범후 처음열린 민자당의 2·7전당대회는 향후 정국운영과 관련, 몇가지 중요한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다. 단순히 합당후 세번째 전당대회라거나 대표를 바꿨다는 당내행사적 의미에 머무르지 않고 좁게는 여권의 정국스케줄, 넓게는 정치권의 전체구도에 미칠 파장이 적지않다는 것이다.
물론 제2창당을 표방하면서도 대표인선등의 첫출발이 지자제선거를 지나치게 의식한 단기포석에 그쳐 개혁의지가 퇴색했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또 김대통령이 세계화라는 슬로건아래 그려나갈 집권당의 그림이 아직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평가야 어떻든 이춘구신임대표 자체가 「3김시대」이후의 세대교체를 상징한다는 점, 그리고 집권당의 운신을 제약하며 당운영을 무기력하게 했던 3당합당의 유산을 훑어낸 점, 경선제도입등 정치개혁의 디딤돌을 마련한 점등은 이날 대회의 의미를 짚어보게 하는 대목이다.
사실 민자당은 문민정부를 탄생시킨 주역이면서도 정부의 개혁주도세에 밀려 지난 2년여동안 사실상의 동면상태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지난 5년여동안 「한지붕 세가족」의 이질적 세력이 동거해 계파의식과 노선편차등의 갈등양상이 끊이지 않았다. 때문에 3당합당의 멍에를 벗고 새로운 정당운영 및 정치질서를 형성하기 위해 민자당의 기본틀을 완전 탈바꿈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김종필 전대표를 퇴진시키고 강령에서 내각제조항을 삭제하며 당명변경을 시도한 대목등은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이 이날 대회에서 세계화를 위한 「새로운 정치」를 강조하면서 민자당이 「차세대 정당」으로 변모할 것을 주문한 것은 이같은 인식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관심을 끄는 것은 정치권의 세대교체 가시화와 실질적인 당내민주화를 위한 몇가지 장치이다. 첫째는 3당합당이후 계파정치의 상징처럼 인식돼 왔던 JP의 퇴진이다. 비록 퇴진과정의 매끄럽지 못한 처리로 잡음이 없지 않았지만 그것이 한국정치의 진일보를 위해서는 불가피했다는 평가이고 보면 민자당의 이번 진통은 나름의 큰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물론 JP퇴진이 곧바로 정치권의 세대교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이탈만으로도 김대통령이 주창한 「차세대를 위한 정치」의 첫 신호로 볼 수있다는 해석이다.
민자당의 이러한 구도는 어떤 형태로든지 향후 야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현재 정치재개여부로 관심을 끌고있는 김대중씨의 향후위상에도 싫던 좋던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게 정가의 관측이다.
이와 함께 민자당이 집권당사상 처음으로 제한적이나마 주요당직의 경선제를 도입한 것은 당내민주화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을만하다.
그러나 민자당의 앞날이 마냥 장밋빛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당장 한시적 성격의 새로운 지도체제가 과연 기대한 만큼의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시험대에 올라있으며 JP파동에서 드러난 계파간의 이질감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는 문제도 숙제이다. 또 JP이탈의 후유증을 수습하며 민주계위주의 당운영방식에 불만을 표시해온 인사들을 당무에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문제와 청와대의 「정치독점」을 시정하는 것도 풀어내야할 과제이다.
따라서 창당2기를 맞고있는 「민자호」의 앞날은 부단한 자기성찰과 개혁없이는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며 번번이 시행착오만 낳을 것이라는게 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조명구 기자>조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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