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사후 세아들 골육상쟁 줄거리/관객들에 현후계자들 갈등 연상케 덩샤오핑(등소평)이 춘지에(춘절·음력설)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사망이 멀지 않았다는 추측이 무성한 가운데 중국 베이징(북경)에서 등사후의 권력투쟁을 비유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연극이 공연되고 있어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베이징인민예술극장에서「하늘이 총애한 자」(천적교아)라는 제목으로 상연중인 이 연극은 후한말 삼국시대 위나라를 창건한 조조가 죽은 뒤 아들들간에 벌어졌던 권력투쟁을 묘사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역사를 소재로 현재의 상황을 묘사하는 것이 흔히 사용되는 기법이다.
문화대혁명 발동의 계기가 된 우한의 「해서파관」은 겉으로는 명나라 충신인 해서가 포악한 황제로부터 관직을 박탈당한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 사극이었지만 당시 관객들은 마오쩌둥(모택동)과 펑드화이(팽덕회)간의 갈등을 묘사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등의 위독설이 파다한 가운데 상연되고 있는 이 연극은 조조를 등으로, 3명의 아들을 등의 후계자에 비유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한 내용을 담고있다.
연극의 막이 오르자마자 조조의 셋째 아들 조식이 아버지의 병세를 물어 어머니는 『병환이 위중하다』고 말한다. 이 대목에서 관객들은 등의 현상태를 떠올리게 된다. 이어 조조가 품성이 온유하고 시재가 뛰어난 셋째 아들과 장남 조비중 누구를 후계자로 삼을지 고심하는 장면이 나온다. 조조는 결국 골육상쟁이 빚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총애하는 셋째 아들을 버리고 장자인 조비를 후계자로 지명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황제가 된 조비는 동생 조식의 측근들을 모반 혐의로 처형하고 두 동생들을 유배보내며 둘째 동생인 조창을 죽인다. 이같은 권력투쟁을 둘러싼 음모와 투쟁으로 위나라의 국력은 크게 쇠퇴한다는 것이 극의 줄거리다.
특히 극의 마지막 부문에서 죽은 조조의 유령이 두 아들앞에 나타나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던 일이 끝내 일어나고야 말았다』고 탄식한다. 그러자 조비는 권력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는 것으로 극은 막을 내린다.
작가인 구오키옹(곽계굉)은 『내가 묘사하려고 한 것은 인생에서 인간이 처한 불확실성의 문제였다』며 등사후의 권력투쟁을 비유한 것 같다는 관객들의 해석에 동의하지 않았다. 한 평론가는 이 연극이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중국의 지식인들이 정치지도자가 되는데 무력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 연극은 오는 17일까지 베이징 상연을 마치고 상하이(상해) 홍콩등지로 옮겨 공연될 예정이다.<베이징=유동희 특파원>베이징=유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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