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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끝 낙점/이춘구 대표/“후계 부담없고 「관리역」 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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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끝 낙점/이춘구 대표/“후계 부담없고 「관리역」 적합”

입력
1995.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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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경험·업무추진력 높은 평점/민정계 위무·충청권정서도 감안 김영삼 대통령이 장고끝에 7일 민자당의 새 대표로 이춘구 국회부의장을 지명한 것은 무엇보다 「당의 관리」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김 대통령은 인선구상을 시작하면서부터 『당의 얼굴은 총재이고 대표는 총재를 대신한 당의 관리자』라는 원칙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청와대 참모진이 건의했던 의견은 당내 중진실세의 기용이었으나 김대통령은 계파간의 알력을 우려, 선뜻 마음을 정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대통령은 특히 중진실세를 대표로 기용할 경우 후계문제와 맞물리면서 통치권의 누수현상이 나타날 것을 경계했던 것같다. 따라서 후계구도와 전혀 관련이 없고 관리자적 역할을 원활히 수행할 사람을 고른다는 기준 아래 정원식 전총리를 한때 내정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총리의 경우 지난 92년 대선때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대통령후보경선으로 어수선해진 당내 분위기를 조용히 수습하는 수완을 보였던 점을 높이 평가했었다.

 그러나 민정계를 중심으로 당외인사의 기용에 대해 『당을 대표할 만한 사람이 없는 정당이 말이 되느냐』고 반발하고 나서자 같은 기준을 가진 인물을 당내에서 찾게 됐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대표는 정확한 업무추진으로 이미 정평이 나있는데다 누가 보아도 후계구도와 연결짓지 않는 게 사실이다. 이와함께 김종필전대표를 퇴진시킨 마당에 원로의 이미지를 갖는 사람보다는 중진급 인사를 대표에 발탁하는 것은 김대통령이 여러차례 강조해온 세대교체의 명분과도 맞다.

 물론 이대표의 기용에는 김대통령의 남다른 신임이 작용하기도 했다. 김대통령은 평소 이대표에 대해 『깨끗하고 분명한 사람』이라며 상당한 호감을 가져왔다는 게 측근들의 말이다. 실제로 지난달 10일 김전대표가 청와대 극비회동 이후 크게 반발하고 나서자 김대통령은 직접 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과 협조를 구했던 적도 있다.

 지난 92년 민자당 대통령후보경선때 이대표가 사무총장으로 있으면서 보여준 공정성은 김대통령에게 깊은 인식을 심어주었다. 따라서 이대표가 원칙주의적인 업무추진 스타일과 특유의 인상으로 화합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김전대표의 퇴진으로 흐트러진 민자당을 봉합하는데는 적합하다는 판단을 한 것같다.

 이와 함께 김대통령은 5개월여 앞둔 지자제선거에 대비, 과거 민정당시절부터 보인 그의 뛰어난 추진력과 장악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이 당외인사들 가운데 정전총리를 염두에 두었던 것도 선거경험이 있다는 점이었고 이런 측면에서는 지난87년 대선때 민정당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이대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같은 이유말고도 김전대표의 퇴진으로 동요하고 있는 민정계를 감싸안으려는 정치적 복안도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른 민정계 중진들처럼 정치적인 세를 보이지는 않지만 이대표는 무시할 수 없는 민정계의 대표적 중진임은 틀림없다. 이와함께 충청권을 중심으로 형성된 김전대표에 대한 동정적 여론을 차단하는데도 중부권 출신의 이대표가 적격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 같다.<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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