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회사원 손배소제기/PC통신 통해 알게된 여자와 하룻밤/“성폭행 당했다” 고소… 억울한 옥살이/출소후 목격자찾아 항소심「무죄」 판결 회사원 고모(28)씨는 7일 자신을 유혹, 성관계를 맺고는 『강간당했다』고 고소해 돈을 뜯어내려한 「꽃뱀」이모(28·무직)양을 상대로 3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서울민사지법에 냈다. 대학을 나와 재벌 계열사에 갓 입사했던 미혼의 고씨는 93년7월 「말띠생 술먹기모임」이라는 컴퓨터 대화방을 통해 「미국 유학생」이라는 이양을 알게 됐다.
적극적인 성격의 이양에게 끌린 고씨는 며칠만에 모 대학앞 술집에서 이양을 만나 밤늦도록 술을 마신 뒤 여관까지 가 하룻밤을 즐겼다. 그러나 며칠 뒤 고씨는 느닷없이 회사로 찾아온 형사들에게 연행됐다. 이양이 『술을 먹이고 여관으로 끌고가 성폭행했다』며 준강간치상혐의로 고소했던 것. 이양은 전치 2주의 상해진단서까지 첨부했다.
고씨는 경찰과 검찰에서 극구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고씨가 재판에 넘겨지자 이양은 친구등을 통해 유학비용 수천만원을 대주면 고소취하에 합의해 주겠다고 제의했다. 고씨가 돈이 없는 것을 안 이양은 『부모의 집이라도 팔라』고 요구했다.
고씨는 1심에서 무죄 항변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3개월여 구치소 생활을 하고 직장에서도 쫓겨난 고씨는 항소한 뒤 직접 술집종업원과 여관주인등 목격자들을 찾아 나섰다.
항소심에서 이들은 모두 『술에 취한 이양이 고씨를 먼저 껴안았다』『고씨가 이양을 택시에 태워 보내려해도 이양이 기를 쓰고 거절했다』고 고씨에게 유리한 증언을 했다. 결국 지난해 4월 항소심 재판부는 『이양은 성관계를 묵시적으로 승낙하는 행동을 여러차례 했고, 집에 가려는 고씨를 붙잡는등 적극적인 행동을 보인만큼 성관계를 가진 것이 이양의 의사에 반하거나 항거불능의 상태였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도 상고를 포기, 무죄가 확정됐다.<박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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