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수사자세가 너무나 무성의하다. 무성의에만 그친다면 그래도 낫겠다. 사건이 날때마다 그렇게 강조하는 공조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피해자가족들이 수사를 의뢰해도 핑계만 대고 선뜻 수사에 나서지를 않았다. 술집에서 폭행을 당하고 유기돼 끝내 숨진 시인 박종권씨의 사건처리결과를 보면 경찰은 도대체 무엇을 하기 위해 있는 것인지 그 존재의미를 새삼 되새겨 보게 된다.
폭행으로 숨진 박씨를 단순변사자로 처리해 병원영안실에 방치한 서초경찰서의 수사 무성의는 실로 놀랍기만하다. 부검결과 여러 곳에 타박상이 있는데 동사한 것으로 판단했고 보름동안 경찰이 한 일은 지문감식과 함께 신원수배 뿐이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는 경찰의 행방불명신고처리가 얼마나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는가하는 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사건7일만에 가족들이 서울경찰청 행방불명자센터에 신고를 했다는 데도 서초경찰서가 병원영안실에 안치한 박씨 신원을 경찰청에 보고조차 않았다. 같은 경찰청내의 경찰간에서도 이렇게 손발이 맞지 않아서야 공조수사가 어떻게 이뤄질 수 있겠는가. 가족들은 사적으로 검찰에 의뢰해서야 겨우 시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니 그동안 경찰은 무엇을 하고 있었다는 것인가.
또 경찰은 가족들이 한 수사의뢰마저 묵살했다. 사건발생지 경찰인 강남경찰서는 가족들이 사건발생장소인 술집까지 알려주며 수사요청을 했는데도 피해자를 데려와야 한다며 수사를 미뤘다고 한다. 박씨의 가족들이 박씨의 시신을 찾은 후에 다시 신고하자 그때서야 겨우 늑장 출동해 범인1명을 잡았을 뿐 2명의 공범을 놓쳤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전말을 훑어 보면 경찰은 자발적으로 한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가족들의 집념이 없었으면 정말 단순변사사건으로 처리될 뻔했던 것이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막중한 책무를 지고 있는 경찰이 어떻게 사건을 이처럼 무성의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인가. 수사경찰의 복지부동이 여전한 것만 같다.
경찰 당국은 이번 사건을 무성의하게 처리한 일선경찰서의 당담자를 가려내 그 경위를 조사하고 엄중문책해야 할 것이다. 또 사건만 나면 손발이 맞지 않아 공조수사가 실패하는 원인도 밝혀내 대책을 세우고, 허점이 드러난 행방불명자수배체제도 보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찰의 수사력은 되살아날 수가 없다. 경찰의 명예를 걸고서라도 수사의 신뢰도를 회복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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