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베트남 돌아오는 보트피플(통일3국을 가다:4)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베트남 돌아오는 보트피플(통일3국을 가다:4)

입력
1995.02.07 00:00
0 0

◎“조국의 잠재력에 다시 미래를 걸고…”/월수억불 해외송금 “경제 효자” 서울에서 베트남의 호치민(구사이공)으로 가는 비행기는 항상 만원이다. 호치민에서 서울로 오는 비행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항공사들에는 서울­호치민구간이 황금노선이다. 베트남으로 가는 비행기가 항상 만원인 것은 우리나라에서 베트남을 오가는 승객이 많은 탓도 있지만 베트남을 찾는 베트남 사람들 때문이다. 베트남과 미국간 직항로가 개설되지 않아 미국등지에서 베트남으로 들어가려는 베트남사람들은 서울­베트남등 간접항로를 이용해야만 한다.

 베트남으로 돌아온 대표적인 보트피플중 한사람은 호치민시에서 흥산 타이반이라는 신발회사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는 웬(31)씨다. 그는 통일직전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떠났다. 그는 브랜다이스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뒤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증까지 따냈다. 그러나 그는 장래가 보장된 미국생활을 마다하고 고국 베트남을 택했다.

 『통일된 조국, 경제발전에 나서고 있는 조국에서 일해보고 싶었습니다. 미국을 떠나 조국에 다시 돌아온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할 일이 많으니까요』

  지난해 6월 베트남으로 돌아온 웬씨는 그동안 베트남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베트남의 보트피플은 줄잡아 2백여만명. 미국에 1백만정도가 있고 프랑스에 15만, 러시아 동구등 70여개국에 나머지가 흩어져 살고 있다. 이들이 연간 굴리는 돈의 규모는 베트남의 연간 국내총생산액인 1백40억달러를 웃도는 2백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중 일부는 베트남에 직접 들어와 사업을 하는등 완전 정착했고 나머지 경우도 본국을 수시로 찾아 투자를 하거나 현지 친인척들에게 송금을 하고 있다. 돌아오는 보트피플들이 직접 투자한 금액은 90년대 들어 지난해말까지 모두 6억달러. 여기에다가 매달 수억달러가 해외에 있는 보트피플로부터 베트남에 송금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베트남 인민일보의 후토사장(63)은 『93년 이후 돌아오는 보트피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올해중 베트남교포은행이 정식으로 설립돼 베트남 경제의 효자노릇을 할 것』고 이라고 말한다.

 보트피플들이 송금한 돈이 베트남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송금을 받은 보트피플들의 친인척들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소득수준 이상의 호화생활이 가능하다. 베트남인들의 한달 봉급은 대개 30달러수준. 이들이 오토바이 한대를 사려면 최소한 50개월가량의 봉급을 고스란히 모아야 한다. 산술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호치민시에는 출퇴근길은 물론이고 평상시에도 일제 오토바이가 물결을 이루고 있다.

 휴일이면 호치민시 곳곳에 결혼식 피로연이 열린다. 1인당 국민소득 3백달러가량의 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호화판이다. 한사람에 10달러나 하는 결혼식 호텔피로연이 2백∼3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발견 된다.호치민시에서 한국인들의 통역을 맡아 생활하고 있는 호안여사(46)는 『보트피플들이 보내오는 돈이 호치민시민들의 생활수준을 비정상적으로 높이고 있다』고 말한다.

 통일된 베트남은 희망의 땅으로 급속히 변해가고 있다. 우선 개방노선을 택한뒤 국가 전체가 경제발전에 온힘을 쏟고있다. 값싸고 질좋은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은 지금을 기다려 왔는 지도 모른다. 보트피플들이 돌아오는 가장 큰이유는 통일 베트남의 잠재력을 믿기 때문이다. 김봉규 주베트남대사는 『베트남인들은 가족의식이 강하며 보트피플들은 통일조국에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베트남 안팎에서 베트남의 밝은 미래를 위한 활발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호치민=이종재 기자>

◎「사이공 뉴스리더」 홍녹웬 편집장/옛 남쪽정부 관료 출신/“이념대신 개발열기 가득 25년뒤면 아시아 강국 될것”(인터뷰)

 통일전 사이공정부에서 경제기획국장을 지낸 홍녹웬(50) 사이공 뉴스리더 편집장은 『통일전의 각종 소모를 없애고 베트남국민 모두는 이제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욕에 넘쳐있다』고 말했다.

 사이공 뉴스리더는 베트남 정부가 인정하는 호치민시의 최대 영자 일간지. 홍녹웬씨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뒤 사이공정부에서 경제관련 고위공무원으로 활동하다 통일을 맞았다. 통일된 뒤에는 통일베트남정부로부터 2년간의 사상 재교육을 받기도 했다. 그는 통일베트남이 경제개발쪽으로 방향을 잡자 과거를 버리고 미래를 택한 전형적인 베트남의 지식인이다.

 홍녹웬씨는 『권력을 잡은 북부 베트남이 남쪽의 경제방식을 인정하고 국력을 경제개발에 모으면서 과거 사이공정부에서 일하던 사람들조차 새로운 흐름에 가세하고 있다』고 자신이 새흐름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그는 『베트남에는 이제 대결구도의 이념은 사라지고 개발의 열기만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홍녹웬씨는 『통일직후 경제는 침체되고 사회문제가 곳곳에서 드러났으며 특히 사회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남부사람들의 불신이 큰 문제로 대두됐다. 권력을 잡은 북부 사람들이 점차 남부의 자본주의를 인정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후반부터이다. 도이모이정책이 2단계에 접어든 현재 베트남인들은 국내외서 모두 경제개발에 작은 힘이라도 모으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의 미래와 관련, 『정부의 관리능력이 아직 경제개발에 온 힘을 모으기에는 부족하고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 관리의 부정부패, 소득의 불균형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개혁과 개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베트남은 15년내에 태국을 따라잡고 25년정도 지나면 정치 경제등 모든 분야에서 아시아의 강국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호치민=이종재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