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새증거에 구속기일남아 조사보강”/변호인/“신뢰성없는 감식결과로 인권침해”/재판부 직권조사후 결론의도 범인조작 논란으로 관심을 모은 강주영양 유괴살해사건은 재판부가 6일 열 예정이던 선고공판을 검찰의 변론재개신청을 받아들여 연기함에 따라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검찰은 4일 통보된 서울대 법의학교실의 머리카락 유전자 감식결과를 원종성 피고인 등의 유죄를 입증하는 새로운 증거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유전자 감식의 정확성에 대한 증언을 위해 감식을 담당한 서울대 법의학교실 이정빈 교수와 신창호 연구원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재판부에 신청, 받아들여졌다.
서울대 법의학교실의 유전자 감식에 의하면 범행차량에서 발견된 머리카락 32개중 13개는 강양의 머리카락으로 추정되며, 2개는 이피고인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 근거는 머리카락 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서 추출한 1만6천5백69개의 염기중 2백70개의 염기배열이 같았다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 염기배열 분석에 의한 유전자 감식은 모근이 없어도 검사가 가능한 최신 검사방식이다. 그러나 아직 한국인의 표준체질에 관한 비교데이터가 축적돼 있지 않아 완전한 신뢰성은 인정되지 않고 있다. 서울대 법의학교실 신연구원도 『염기배열 방식에 의해 일부 비슷한 결과가 나왔지만 강양이나 이피고인의 머리카락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15일 대검 과학수사운영과 유전자감식실의 감식결과에서는 강양이 살해된 승용차 좌석에서 발견된 머리카락 32개가 강양과 피고인들의 머리카락인지는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나왔다.
변호인측은 모근이 있는 머리카락과 모근이 없는 머리카락을 함께 검사대상으로 했던 대검 유전자감식실의 감식에서 강양이나 이피고인의 머리카락이 확인되지 않았고 서울대 유전자감식실의 감식에서도 단정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아 유력한 증거가 되지 못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기존 증거만으로도 유죄입증에 충분하지만 피고인들의 구속기일이 4월12일까지로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만큼 선고를 서두를 필요 없이 가능한 증거조사를 충분히 해야 한다』고 변론재개신청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변호인측은 『뒤늦게 과학수사 운운하며 증거능력 없는 감식결과를 이유로 선고를 지연시키는 것은 피고인들에 대한 인권침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동안 제출된 검찰과 변호인측의 각종 증거가 증거수집방법이나 경위등에 엇갈리는 부분이 워낙 많아 그동안의 심리에서 확인된 사실만으로는 판단이 어렵다고 결론지은 것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앞으로 각종 증거에 대해 직권조사를 해 사실관계를 원점에서부터 새로이 확인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결국 검찰이나 변호인측이 모두 피고인들의 유죄 또는 무죄를 확실히 입증할만한 증거를 대는데 실패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을 둘러싼 의문은 이달말께로 예상되는 1심 선고결과에 관계없이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부산=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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