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학가는 전기대시험이 끝나고 후기시험에 들어가려 하고 있다. 예년 이때에 겪는 대학의 계절행사이다. 입학시험이란 각 학교가 자기 학교에서 교육시키고자 하는 적격의 학생을 선발하는 행사이다. 그런데 대학입시의 경우 그것이 당사 학교의 관심과 행사에 그치지 않고 온 사회를 뒤흔드는 국민적 행사처럼 되어 버렸다. 어느덧 사회 전체의 계절행사처럼 되어 버린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민의 이례적일 만큼 높은 교육열, 특히 대학교육열에서 연유된 것으로 보인다. 해방후 우리 민족은 비단 비극적 조국분단하에 있기는 하나 해방된 조국에서의 사회적 기회에 대한 무한한 기대를 갖게 되었으며 이것이 바로 높은 교육열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일제하에서 사회적 기회가 희생된 1세대는 개방된 독립국가에서 2세에 대한 기회의 가능성에 모든 기대를 걸었다. 사회적 기회에 참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바로 교육이라는 인식이 보편화함으로써 초기에는 중등교육에 대한 교육열로부터 시발하여 대학교육에 대한 것으로 발전되어 왔다.
높은 교육열이 뒷받침이 되어, 각급 학교 취학률을 기준으로 본 한국의 교육은 세계적으로도 괄목할 만한 수준에 도달했다. 그동안 교육의 보급은, 그 과정에 있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도 제기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동안의 교육발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동기야 어쨌든 그것이 국가 사회 근대화의 바탕이 되어, 국가건설 경제발전을 뒷받침해 왔다고 확신한다.
현재 대학진학 희망자가 정원을 현저하게 초과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자연 입시과열현상이 야기되고, 제도와 운영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며 심지어는 입시부조리사태까지도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계절행사여야 할 대학입시는 가위 사회적 계절병, 나아가서는 풍토병과도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정부자료에 의하면, 해방후 이제까지의 대입제도는 크게 10종류를 적용해 온 것으로 나타나 있다. ①대학별 단독시험제선시험(1945∼53) ②대학입학연합고사제선시험(1954) ③대학별 단독시험제선시험(1955∼61) ④대학입학자격국가고사제선시험(1962∼63) ⑤대학별 단독시험제선지원(1964∼68) ⑥대학입학예비고사와 대학별본고사 병과선시험(1969∼80) ⑦대학입학예비고사와 고등학교내신성적 반영 병과선시험(1981∼85) ⑧대학입학학력고사와 고등학교내신성적및 논술고사 병과선시험(1986∼87) ⑨대학입학학력고사와 고등학교내신성적 병과선지원(1988∼93) ⑩고등학교내신성적과 대학수학능력시험및 대학별고사 병과선지원(1994∼). 종류별로 연도에 따른 세부제도 내용의 변화까지 고려하면 10종류의 배수 정도의 입시제도 변천과정을 겪어 온 셈이다.
이같은 변천과정은 반드시 이를 조령모개로 간주할 일만은 아니라고 본다. 대입제도는 대학에서 적격의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변별력, 고교교육의 정상화, 그리고 사회적 영향등 세가지 요인이 아울러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입시제도의 개혁과정은 교육환경의 변화, 시대적 요구, 국민적 요구등을 수렴·수용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개혁때마다 전문가집단과 정부가 공동으로 참여했고 앞에 제시한 세가지 요인의 제고가 표방되곤 했다. 다만 개혁의 빈도가 지나치게 잦았고 제도적 정착화에 미흡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 왔다.
앞에 제시한 세가지 요인을 획기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된다면 개혁노력에 인색해서는 안될 것이다. 다만 수험생들에 대한 일련의 생체실험은 신중히 시행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과 해방후 반세기에 걸친 교육의 역사를 지닌 우리로서 정책과 제도를 성숙시켜 가는 습성도 축적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수학능력시험은 출제 대상폭의 확대와 일층의 질적 심화, 그리고 고교교육의 정상화와 내신제도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학과목별 교사세력관계를 초월한 교과과정의 정상화와 점수평가가 아닌 급락 평가과목을 확대할 것이 요청된다. 입시의 대학자율성 존중에 대해서는 이의의 여지가 있을 수 없으나 대학은 폐쇄적 자율성이 아니라 사회적 공안에 선 자율성의 고려 밑에서 변별력과 고교교육정상화가 함께 도모된 대학별고사 시행노력을 기대하고 싶다.
긴 교육적 안목에서 국민에게 설득력있는 대학입시제도를 제시해 줄 수 있는 학자 전문가 정책당국 여러분의 일층의 연구노력과 지혜를 기대한다.<한국정신문화 연구원장>한국정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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