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등 미시장 재탈환에 도움/개방주춤땐 한·중경협도 위축/중진출 국내기업 대미수출 타격예상 미국과 중국간 지적재산권협상이 결렬되면서 촉발된 미중무역전쟁은 우리나라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시장에서 우리상품의 시장점유율을 급속히 잠식해온 중국상품의 대미진출이 제한돼 우리 상품의 수출여력이 생기는 단기적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중국이 강경한 대응과 함께 관세무역일반협정(GATT)가입을 지연시키는등 확대일변도였던 대외개방정책을 위축시키게 되면 한중경협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은 이 대미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강경조치가 우리나라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다. 박재윤 통상산업부장관의 미국방문을 앞두고 강경자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의 대한통상기류와 연계, 미국과 적지 않은 통상현안을 안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강건너 불구경하듯 안심할 수 만은 없다는 것이다.
통상산업부나 대한무역진흥공사 한국무역협회등 통상당국 및 단체의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반사이익에 보다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관계자들은 미국이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한 중국상품이 하나같이 지난 4∼5년동안 미국시장에서 우리 상품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해온 상품들이라는데 주목, 미국시장에서의 한국상품의 재부상을 점치고 있다.
미국이 오는 26일이전에 중국과의 지적재산권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1백%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중국상품은 섬유 신발 전자 무선전화기 플라스틱제품 자전거등 35개품목. 이들 품목중 섬유나 신발 전자등은 지난 80년대말부터 미국시장에서 급속히 시장점유율을 높이던 상품들이다. 스웨터등 섬유류의 경우 지난 89년 미국시장에서 우리 상품의 점유율은 24.8%에 이르렀으나 중국제품의 급속한 잠식으로 최근에는 10%선에 머물고 있고 운동화도 같은기간 우리 상품의 시장점유율은 27.6%에서 15%대로 급락했다.
지난 89년 미국수입시장에서 4.2%를 차지하던 우리나라 상품의 비중은 지난해 2.7%대로 감소한 반면 89년 2.5%였던 중국상품의 비중이 최근 5%대를 넘어섰다. 무협 조사에서는 양국의 1백18개 주요 대미수출품중 우리나라가 우위를 지키고 있는 상품은 6개인 반면 무려 1백12개의 중국상품이 한국산보다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를 근거로 관계자들은 미국이 발표한대로 10억8천만달러상당의 중국상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매긴다면 우리나라의 반사적인 이익이 적게는 수천만달러에서 많게는 수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미중무역전쟁이 반드시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중국간 통상문제가 강경일변도로 치닫게 되면 우리나라의 경협파트너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다시 대외개방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있고 자연히 한중경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은 중국과의 강경 통상정책을 계기로 대외통상정책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는 최근 별 마찰없이 계속돼온 한미통상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미국은 최근 통산부 박장관의 미국방문을 앞두고 「한국은 교묘한 무역장벽을 펴고 있어 부분적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수도 있다」며 한국의 양보를 얻어내려고 분위기를 잡는 중이다.<이종재 기자>이종재>
◎미국반응/“지재권 절도”… 여야 모두 보복지지
미의회는 클린턴행정부의 대중 무역보복조치를 국익차원에서 적극 지원한다는 전략아래 무역대표부(USTR)의 든든한 배후역할을 자임하는 듯한 분위기다.
클린턴 대통령의 대외정책을 사사건건 물고 늘어졌던 공화당의 뉴트 깅리치 미하원의장은 4일 대중무역보복조치 발표후 『중국은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미국을 「기만」해서는 안될 것』이라면서 행정부의 대중선전포고에 강력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깅리치 의장은 애틀랜타 북부 스미르너 지역에서 열린 한 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중국에서는 우리의 고유권리에 대한 대규모 침해행위가 자행되고 있는 것이 분명한 만큼 중국에 대한 「매우 직접적이고도 강력한」행정부측의 대응을 적극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역은 일방 통행이 있을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그들(중국)은 우리를 속일 수 없으며 우리시장을 개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외통상부문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하원 무역소위 필 크레인위원장을 비롯, 찰스 랑겔의원등 소위의원들도 『중국은 그동안 우리의 값진 재산인 지적재산권을 사실상 훔쳐가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면서 『그들은 이번 조치로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의회측은 20여일간 유예기간을 두면서까지 파국을 막으려는 클린턴행정부의 고충을 의식한듯 남은 협상기간에 양측이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하는등 행정부의 강온전략에 장단을 맞춰주고 있다.<워싱턴=정진석특파원>워싱턴=정진석특파원>
◎중국반응/“미국은 오만… 손해볼것 없다” 반발
미국의 대중 무역보복 발표로 중국국민들사이에 반미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베이징 시민들은 한결같이 미국이 너무 오만하다고 비난했다. 한 중등학교 교사는 『미국이 지적재산권 뿐 아니라 중국의 정치체계까지 바꾸려는 게 문제』라면서 『지난해 중국의 관세무역일반협정(GATT) 가입을 막은 것도 미국』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보복대상 품목을 생산하는 중국업체들도 지적재산권 협상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면서 중국으로선 크게 손해볼 게 없다는 배짱을 보이고 있다.
스포츠용품 제조업체인 상하이 란센사의 한 임원은 『중국산 스포츠용품은 세계에서 가장 싼 편이어서 결국 보복관세에 따른 수입가격 상승으로 미국 소비자만 골탕을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카프등 직물제조사들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수출할 나라는 미국 말고도 60개국 이상 있다는 것이다.
양국간 무역전쟁이 격화될 경우 중국은 상당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음이 자명한데도 일단 표면적인 반응은 거친 반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반감을 대표하듯 5일 우이 대외경제무역부장은 『중국의 수출시장이 미국만 있는 것은 아니다』며 『미국의 조치는 하나도 겁날 게 없다』고 되받아쳤다.<베이징=유동희 특파원>베이징=유동희>
◎홍콩·대만도 파장 “비상”
【홍콩·타이베이 UPI 로이터 연합=특약】 타이완(대만)·홍콩은 5일 미국이 오는 26일부터 10억8천만달러상당 중국산 상품에 대해 1백% 관세부과키로 한 것과 관련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홍콩정부는 이날 미국의 대중보복관세부과조치와 관련,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향후 협상이 계속되기를 희망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과 중국이 최대 무역국인 홍콩은 『미국의 대중무역제재조치로 인해 홍콩은 4천7백40만달러상당의 중국산 상품의 미국 재수출비용이 10%정도 늘어나고 국내총생산(GDP)이 0.1%포인트 줄어 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홍콩의 상업부 국장인 이언 크리스티는 『미국과 중국 양측은 이번 무역전쟁으로 잃게 되는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조만간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희망을 표했다.
타이완정부도 미국의 대중무역보복조치결정이 내려지자 이날 긴급 경제단체장회의를 소집, 향후대책을 논의했다.
타이완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7일 「대륙위원회(MAC)」회의를 열어 중국투자환경에서의 중대한 변화와 그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타이완신문들은 미국의 대중무역제재조치를 이날자 1면머리기사로 다루면서 수출비용의 증대와 무역규모의 감소를 우려했다.
타이완의 영자지 커머셜 타임스는 『중국본토의 타이완 경제인들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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