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산가족 상봉등 긴장완화부터/“정치 떠난적없다” 대권도전 우회시사 국제그린크로스 총재자격으로 5일하오 내한한 고르바초프 구소련대통령은 한국일보 이성준 편집국장과 가진 회견에서 한반도 통일문제와 러시아의 개혁등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요지.
―남북한의 통일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한반도통일에 대한 조건이 어느때보다 호전되고 있다. 우선 한국인의 통일열망이 높을 뿐아니라 한국정부지도자들이 기울여온 통일노력이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생각이다. 또 북한지도부가 교체된 것도 남북대화가능성을 한층 확대하는 요인이다. 아울러 한반도를 둘러싼 외부상황에도 큰 변화가 있다. 특히 러시아가 남북한 당국간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문제는 결국 남북한이 실질적으로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구소련 대통령 당시 독일통일을 인정했다. 향후 한국이 통일을 위해 국제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으로 보는가.
『특별한 접근보다 남북한이 마음을 열고 외교적 채널등을 통해 대화하는 것이 첫째다. 통일은 한국내부의 문제이자 과정인만큼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사안이어서 주변국들의 특별한 역할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산가족교류와 경협을 병행하면서 정치적 대화를 꾸준히 진행시킴으로써 긴장상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재임시 북한이 남침을 기도한다거나 88서울올림픽을 전후해 한국을 교란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인 적이 있는가.
『나의 재임시절은 냉전기간이어서 냉전상태의 양대진영간에 여러가지가 많았지만 남침등과 관련한 협의를 받은 적은 없다』 ―김정일체제하의 북한이 앞으로 어떤 대외정책을 택할 것으로 보는가.
『아직 김정일체제의 대외정책이 완전히 틀을 잡았다고 보지는 않지만 세계정세가 급변하는 만큼 북한의 정책도 이에 따라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본다. 현재 북한도 지금까지의 정책방향을 수정중이며 이에 따른 세력재편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겪고 있다』
―북한은 앞으로 중국식 경제개혁모델을 따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모든 나라의 개방·개혁모델은 자기식이 돼야 하며 나의 재임시절 러시아도 그래왔다. 만일 경제상황과 사회적 소유형태가 변하면 사회체제의 내용도 바뀌겠지만 모든 것은 자기식으로 해야 한다』
―북한핵문제와 관련한 북·미기본합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북한이 핵문제에 협력하겠다는 자세를 보인 것이 큰 성과이다. 따라서 북·미합의를 긍정적으로 보며 관련국 모두 한반도의 핵안정에 이해를 같이하고 있다』
―북한에 원전시설을 제공한 것은 주로 구소련이었다. 북한핵 위협은 실재한다고 보는가.
『북한핵위협은 없다고 본다. 최소한 나는 재임시절 북한에 핵무기에 사용될 수 있는 시설등을 제공한바 없다. 핵무기에 대한 관심은 남북한뿐 아니다. 핵을 보유한 강대국이 핵위협제거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핵문제로 위기상황이 초래되지는 않을 것이다』
―러시아의 개혁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는가.
『현재 러시아는 페레스트로이카의 기본노선에서 벗어나 오히려 러시아에 해가 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페레스트로이카의 이념은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며 정치경제상황의 점진적 개혁을 이루는 것이지만 옐친정부는 이 모든 것을 부정하고 있다. 옐친정부는 대내외정책에 실패했으며 당면현안을 해결할 능력도 없다』
―정계복귀를 선언했는데 내년 대선에 출마할 것인가.
『나는 그동안 정치를 떠나 밀림에 있지 않았다. 정치인의 여러 역할중 하나를 계속해 온 이상 정계복귀란 표현은 적합치 않다. 대선출마여부는 선거공고가 임박해 결정할 일이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러시아의 민주주의가 지켜지고 헌법테두리내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것이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분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자본주의 사회주의 보수 혁신의 모든 경험을 활용해 사회적 정의, 노동과 직업이 보장되는 자유로운 국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이에 부응하는 지도자가 정권을 잡아야 한다』
―덩샤오핑(등소평)이후 중국은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는가.
『중국은 정치지도자가 바뀌어도 74년부터 진행해온 정치·경제개혁의 방향이 근본적으로 변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도 자신이나 다른 나라를 위해 정책의 변경이 유익하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정치지도자들뿐 아니라 오늘의 세계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현명성과 책임성이 필요한 시점이다』<이유식·이영성 기자>이유식·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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