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란도·스텔라·프라이드·르망 “노익장 질주”/냉장고·세탁기 등 내실추구 장수모델 선호 가전제품과 자동차에도 장수시대가 열리고 있다. 6개월∼1년을 채 넘기지 못하던 가전제품의 평균수명이 2∼3년이상으로 차츰 길어지고 있고 10년이상 거리를 달리는 장수자동차들도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 국내 가전 및 자동차업체들이 독자 기술력으로 질좋은 가전제품과 자동차들을 내놓으면서 가전제품과 자동차에도 장수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가전제품과 자동차의 장수화는 소비자의 의식변화가 크게 한몫하고 있다. 제품수명은 소비자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첨단 기능을 갖춘 제품이라도 소비자들이 외면하면 단명할 수밖에 없다. 일시적인 유행심리로 주로 신제품에 몰리던 소비자들의 구매형태가 실질적인 기능을 중시하는 「소신 구매」쪽으로 바뀌면서 제품의 장수화 추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가전제품은 특히 명이 짧았다. 제품의 기본기능에 충실한 기술력을 갖추거나 소비자들의 요구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겉모양이나 기능만 약간씩 바꿔놓고 신제품이라고 내세워 「밥그릇싸움」에 몰두했던 업체간 과당경쟁의 부산물이었다. 요즘 가전제품들은 이에 비하면 대부분 장수를 누리고 있다. 평균수명이 보통 2∼3년 이상이다.
삼성전자의 김치냉장고(92년10월) 물걸레청소기(91년10월), LG전자의 동글이청소기(91년11월) 김장독냉장고(93년1월), 대우전자의 공기방울세탁기(91년6월) 임팩트TV(91년8월)등이 각사에서 내놓은 대표적인 장수모델들. 이들 상품은 장수모델이면서 각사 간판급 주력상품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외국기술을 흉내내는 데 급급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독자기술 개발에 힘을 기울이던 90년대초에 나온 한국형 제품들이 장수모델의 주류를 이루기 시작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가전업체들은 앞으로 불필요한 신제품 내놓기 경쟁은 자제할 방침이다. 그 대신 제품당 연구개발비를 과감하게 늘려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한 기능을 갖춘 제품을 개발, 수명을 길게 끌고 간다는 「장수전략」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어서 장수가전제품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장수제품은 자동차에도 많다. 현재 최장수모델은 지난83년3월에 쌍용자동차가 내놓은 4륜구동 「코란도」. 햇수로 13년을 채워가고 있다. 코란도가 (주)거화에 의해 69년12월 첫 생산된 「신진지프」의 겉모습과 사양만 약간 바꾼 모델인 점을 감안하면 코란도의 실제 나이는 27살이나 된다.
현대자동차의 스텔라도 13년째 접어드는 장수자동차. 지난 83년7월 나온 이후 92년부터는 택시용으로 명맥을 이어가면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기아의 프라이드는 87년1월에 나와 9년째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고 대우 르망은 86년7월에 나온 뒤 올해로 10년째로 접어드는 장수자동차로 기록되고 있다.
「구모델이 명모델」이라는 소비자인식이 확산되면서 자동차업체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기존모델의 후속차량으로 신모델을 개발해 내놓을 경우 기존모델은 수명이 다했다고 판단, 단종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요즘 차량들은 신모델이 나온 후에도 인기가 여전해 자동차회사들이 단종 결정을 선뜻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회사들은 2개의 동급차종을 함께 생산·판매하는 동시판매전략을 쓰는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
기아가 아벨라와 함께 프라이드를 계속 생산하고 있고 대우는 씨에로와 르망을 동시 생산하고 있다. 현대는 엘란트라의 후속차량으로 개발한 1천8백㏄급 J카를 3∼4월께 내놓은 뒤에도 6년생 엘란트라생산을 당분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김병주 기자>김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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