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새봄이 되면 평양은 축전으로 떠들썩하다. 북한은 지난해까지 김일성생일인 4월15일 생일을 축하하는 국제친선축제를 열어 외국인을 불러들였다. 그러나 김일성이 사망하자 올해는 일본에서 활약한 북한출신 프로레슬러 력도산을 기리는 문화체육축전(4월25일∼5월2일)을 개최한다면서 참관단을 부르고 있다. 미국에서만 3천명을 초청하기로 하는등 동남아·유럽 등에서 모두 1만명을 평양에 모으겠다는 것이다. 김일성사망이후 외부세계에 문을 닫았던 북한이 우선 조용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반갑다. 로스앤젤레스와 뉴욕등지에서는 이산가족·사업가·관광객 사이에 벌써 평양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북한과 미국이 4월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한다는 목표아래 관계개선을 서두르고 있어 평양축전에는 미국언론인도 참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누구든지 많이만 오면 좋겠다」는 여행사의 선전과는 달리 우리나라 언론인만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단서가 붙어있어 안타깝다. 로스앤젤레스 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기자들이 함께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지만 평양현지취재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한다.
지난1월20일 미국정부는 북한에 대한 제재완화조치의 하나로 북·미간 언론기관 사무소 개설을 허용했고, 취재지역과 범위는 상호주의를 존중하기로 했다. 미국과 북한의 기자는 두 나라를 오가며 취재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가고 있는데 우리 기자만이 따돌림을 당하는 것 같아서 불쾌하다. 북한이 평양축전을 홍보하기 위해 초청한 일본관광고찰단 1백20명중 기자 60명이 5박6일(1월27∼31일)동안 북한취재를 마치고 왔다.
북한에 처음 취재를 갔던 지난 88년12월 관광총국의 한 안내자는 『신문기자는 중매쟁이가 아닙니까』라고 말문을 연 기억이 새롭다. 이 안내자는 『지금은 북과 남이라는 처녀 총각이 결혼을 위해서 선을 보아야 할 때입니다. 양쪽을 다 오갈 수 있는 미주의 중매쟁이가 서로의 좋은 점을 보고 전해주어야 혼인(통일)이 되지 나쁜 점만 말해서는 불신만 더욱 커질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에 돌아가 방북기를 잘 써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리고 『언론은 통일을 하는데 역사와 민족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할 것』이라는 주문을 잊지 않았다.
독일통일에 언론이 견인차역할을 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TV의 역할이 컸고, 기자들이 불신해소와 동질성회복에 큰몫을 담당한 것으로 돼 있다.
우리 언론도 북한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구체적인 좌표설정이 필요할 때가 됐다.
남과 북은 냉전시대의 언론관을 버리고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우리 기자를 좋은 중매쟁이로 여겨야 한다. 중매를 잘 하려면 취재문호를 활짝 개방해 신부감(북한)을 더욱 가깝게 볼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부를 잘 보여주지 않으면서 중매만 잘 하라는 것은 무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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