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초고속/31세의 여이사/“눈총도 따갑지만 어깨 더무거워요” 한라그룹 회장비서실의 이은정(31)이사는 올해 각그룹 정기인사에서 단연 화제의 초점이었다. 주요그룹 임원중 최연소라는 기록과 입사 3년4개월만에 이사에 오르는 초고속승진기록을 함께 세웠기 때문이다. 91년9월 한라그룹 비서실에 대리로 입사한 뒤 92년10월에 과장 93년10월에 차장, 11월에 부장, 94년1월에 부장이사로 승진했고 지난해 10월 이사대우, 올1월 인사에서 기업의 별이라는 이사직에 올랐다.
이이사의 승진은 정인영 그룹회장이 그의 외국어실력과 깔끔한 일처리솜씨를 높이 산 덕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어는 물론 불어 일어에 능통, 정회장의 영문연설작성과 해외순방스케줄조정도 모두 그녀의 일이다. 불편한 몸의 정회장이 어느 재벌총수보다 잦은 해외출장을 무리없이 수행하고 있는 데는 이이사의 준비가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다는 말도 있다.
이이사는 아웅산사건당시 순직한 이기욱 전재무부차관과 코리아헤럴드 윤경희(55)부국장의 3딸중 맏이로 미국에서 태어나 벨기에에서 중학교를 다녔고 미미시간대에서 경제학과 일본어를 전공했다. 능력만큼은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셈이다.
그러나 알고보면 고속승진은 정회장의 신임이나 이전차관의 딸이라는 혈연보다는 오히려 이이사의 부단한 노력의 산물이다. 소속된 비서실에서 그녀는 24시간 업무를 마다하지 않는 일벌레로 통하고 바쁜 틈을 쪼개 연세대대학원을 다니며 자기계발을 게을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번개승진을 두고 주변에서는 부러워하지만 정작 이이사는 『직급이 올라갈수록 책임이 무거워지는 것이 아니냐』며 담담한 표정이다. 『아직은 따가운 주변의 시선때문에 겸손의 미덕을 배우고 있다』면서 『일에서는 프로로 인정받는 대신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어가는 게 올해의 목표』라고 털어놓는다.<글 이재열 기자·사진 오대근 기자>글 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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