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오늘의 연극 「절망세일」 지하철 그 역. 『안전선 밖으로 한 걸음 꺼져주십시오』라는 안내방송과 함께 마지막 열차가 도착했다 떠나면 어둠 속에서 나타나는 한 사내. 그가 노리는 것은 쓰레기통이다. 『이젠 저거 하나뿐이야』하며 쓰레기통의 뚜껑을 여는 순간, 달려드는 한 여자와 중년사내가 있다.
그들 셋은 쓰레기통을 붙잡고 승강이를 시작한다. 그들이 찾는 것은 바로 그 역에서 누군가 잃어버린 1억5천만원짜리 복권이다.
극단 오늘의 「절망세일」(김균태 작·이수인 연출)은 이렇게 코미디로 시작한다. 그러나 가장 절망적인 사람이 복권을 차지하기로 결정하면서 희극은 절망담으로 바뀌어간다
학생운동이 격렬했던 80년대에 대학을 다니고 직장에도 적응하지 못한채 열패감에 시달리는 30대 실업자. 오렌지족 사이에 끼어 돈을 펑펑 써보는 게 소원일 뿐 이상이라고는 없는 20대 낑깡족. 서울로 올라와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다 유신때 입단속 못한 죄로 얻어터지고 위축될대로 되어버린 40대 부랑자.
각각 정인기 전 영 박충선이 배역을 맡았으며 극은 시종 가벼운 웃음을 자아낸다.
결국 어느 누구도 복권을 찾지 못한 채 끝나는 해프닝이 극의 표면적인 줄거리이지만 내적인 흐름은 우리 사회의 그늘의 단편들이다.
이 코미디의 웃음을 씁쓸하게 만드는 것은 자신에게는 절대적인 절망이 다른 이에게는 단지 무능력과 방만으로만 보일 뿐 전혀 이해받지 못한다는 점.
복권은 어디에 있을까. 오늘의 몸짓은 과거의 절망을 새롭게 해석하기 위한 힘겨운 고민의 몸짓으로 보인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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