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다.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의 중요성은 이미 널리 인정되고 있고 쓰레기종량제가 실시됨으로써 소비행위와 환경의 관계에 대한 인식 또한 한층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아직 중요한 환경요소 중의 하나인 소음에 대한 인식은 낮은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듯하다. 한적한 시골에서 사는 사람들이야 예외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온갖 거리의 소음들을 견디면서 지낸다. 도시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자동차소리는 기본이다. 그 외에도 공장, 공사장, 교회나 음반가게의 스피커, 주택가를 누비는 행상차량, 식당같은 서비스업소에서 틀어놓는 텔레비전, 버스와 택시운전사들이 듣는 라디오등이 쏟아 놓는 소음 속에서 우리는 산다. 차량행상들의 소음은 특히 공해의 성격이 짙다. 우선 이들은 주택가를 누비며 다닌다. 또 마이크를 사용한다. 더 못 견딜 것은 이들은 『싱싱한 채소가 왔어요』등의 소리를 계속 되풀이한다는 점이다. 시장가기가 불편한 주부들에게는 반가운 소리겠으나 집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바로 고문이다.
우리가 자주 마주치는 또 다른 짜증스러운 소음은 버스와 택시운전사들이 듣는 라디오소리이다. 교통에 관한 정보가 긴요하고 또 운전사들이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승객들도 고스란히 그 소음을 듣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무리다. 나는 버스에 앉아 차창 밖을 내다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차 안의 라디오방송은 나의 재미를 여지없이 부숴 버린다. 더구나 고속버스라도 타고 가는데 운전사가 계속해서 라디오, 가요 테이프등을 틀어대면 산과 들을 바라보며 호젓한 시간을 보내려 했던 마음은 미칠 지경이 되기도 한다.
이제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이 깨끗한 공기를 마실 권리는 일반적으로 보장된다. 다른 사람이 피우는 담배의 연기가 자신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점이 쉽게 이러한 보편적 인식을 끌어냈으리라. 앞으로는 조용히 있을 권리가 일반적으로 보장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소음은 결국 다른 사람의 고유한 시간과 정신을 빼앗는 것이 될 터이므로.<이건용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교수>이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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