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일본에는 2개의 「전쟁기념관」 건립계획이 구체화되고 있다. 하나는 후생성이 중심이 된 「전몰자추도평화기념관」이고 다른 하나는 내각이 추진하는 「아시아역사자료센터」(가칭)다. 둘다 전쟁의 아픔을 후세에 전하자는 목적은 같으나 역사인식은 정반대다. 자료센터가 전쟁반성의 취지에서 출발한데 반해 평화기념관은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두개의 전쟁기념관은 전후 50년을 맞은 일본사람들의 엇갈리는 속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같은 일본사람들의 마음은 지난달 30일 무라야마(촌산부시) 총리가 국회에서 「일본은 한반도 분할에 대해 얼마간의 책임이 있다」고 발언한후 이를 하루만에 번복한 사실에서도 살필 수 있다.
이러한 두가지 역사인식중에서 전쟁책임과 과거청산에 부정적인 우익의 목소리가 요즘 의외로 커지고 있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무라야마총리가 한반도분할책임론을 번복한 것이나, 여야당의원들이 국회의 부전 사죄결의를 저지하겠다고 의원연맹을 결성한 것이나, 12개 광역지방의회가 전몰자에 대한 감사·추도결의를 한 것등은 모두 우익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이것은 역대 일본총리의 전쟁사과발언과 국회의 부전결의안 채택추진을 표명해온 무라야마총리의 발언을 뒤집는 것으로 일본정부나 총리의 역사인식의 진실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분단 책임등 엄연한 역사적 사실까지도 부정하는 보수세력의 이같은 움직임은 바로 일본의 역사인식이 상황에 따라서는 거꾸로 변할 수도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전후 50년과 한일국교정상화 30주년을 맞아 우리는 일본정부가 전쟁에 관한 책임등 전후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처리하고 미래지향적인 자세를 취하길 기대했었다. 무라야마총리등도 기회있을 때마다 이를 다짐했었다. 이때문에 일본정부가 내놓은 정신대문제등 전후문제처리안이 미흡해도 양국관계를 긍정적으로 이끌어나간다는 차원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일련의 일본국내 움직임은 이러한 기대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은 독일에 비해 전쟁사죄등 전후처리가 미진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유태인학살의 상징인 아우슈비츠해방 50주년 기념식을 갖는 독일과 침략전쟁을 부인하려 몸부림치는 일본의 역사인식은 아주 대조적임을 알아야 한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대강건삼랑)씨는 『일본은 21세기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새로 태어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제, 『이를 위해서는 전쟁을 사죄하고 과거사를 깨끗이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귀담아 들어야 할 양식의 소리다.
일본정부는 이같은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미래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이것만이 전후문제를 깔끔히 처리하고 양국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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