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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국제회의/이성철 경제1부기자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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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국제회의/이성철 경제1부기자 (기자의 눈)

입력
1995.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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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말 필리핀 마닐라에선 아시아·태평양지역 각국 은행들의 국제협의체인 APBC(ASIA PACIFIC BANKERS CLUB) 연차총회가 열렸다. 그저 친목성격의 회합이긴 하나 11개국 57개 유수은행의 장들이 한데 모이는, 아태지역에선 꽤 비중있는 국제민간 금융단체의 총회였다. 우리도 8개 대형 시중은행에서 고위임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공식지위야 개별은행대표였지만 엄밀히 말하면 국내금융권을 이끄는 「국가대표」들이었다. 한창 세계화를 부르짖는 우리나라 금융계로선 굵직한 국제무대에 자꾸 얼굴을 내밀어 함께 어울려야할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 격조높은 국제잔치에서 우리나라는 사소해보이지만 아주 중요한 두가지 실수를 저질렀다고 한다. 하나는 우리측 인사들이 주제발표자 명단에 끼지 못했다는 점이다. 주최측 연설요청을 사양했는지, 아니면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통상 후진국으로 치부하던 나라의 대표들도 모두 한번씩 연단에 오르는 동안 우리 은행가들은 그저 경청만 했다고 한다.

 더 큰 해프닝은 부부동반이었다. 사교성 국제모임에서 부부동반은 일종의 불문율인데 우리측 인사들은 이 관행도 어겼다고 한다. 비용절감 때문인지, 구설수(부부동반 외유)에 오르기 싫어서인지는 몰라도 결국 외국은행가들이 부부동반석상에서 함께 어울려 담소하는 동안 우리측 인사들은 늘 보는 얼굴들끼리 또 다시 어울릴 수밖에 없었다. 「독신여행」이 우리에겐 미덕일 수 있지만 외국인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으로 비치고 있다.

 세계무대에서 이런 비국제적 해프닝이 연발되는 동안 국내에선 자본의 국경을 허물어 낙후된 금융을 국제화하려는 획기적 외환제도개혁안이 발표됐다. 규제를 풀고 장벽을 허물어 「제도」는 계속 국제화하는데 정작 말과 행동, 즉 「사람의 세계화」는 뒷걸음질만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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