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수요집중·긴축대비 돈사재기 겹쳐/주식투자 치중·소비대출 확대도 가세/금융기관 대출중단 기현상 시중에 돈이 흐르지 않고 있다. 돈은 엄청나게 많이 풀려 있는데도 자금시장은 동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다.
총통화증가율은 1월중에도 20%대에 육박할 정도로 과잉상태를 보이고 있다. 93년10월 이후 1년3개월만의 최고수준이다. 지난해 하반기 통화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들 정도로 많은 돈이 풀려나간 것을 감안하면 현재 시중자금의 양은 넘칠 정도다. 그런데 금리는 연초부터 치솟아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금융기관간 단기금리인 콜금리(하루짜리)가 1주일이상 법정 최고금리인 연 25%를 유지하고 있고, 은행 당좌대출금리도 실세금리와 연동하면서 대기업 대출의 경우 3일 연22.39%(제일은행)까지 올랐다. 장기금리지표인 회사채 유통수익률도 연15.23%로 2년4개월만의 최고수준이다.
그나마 높은 금리에라도 돈을 쓰겠다는 곳은 많지만 금융기관들은 「자기 코가 석자」라서 돈을 빌려주지 못하는 입장이다. 가계대출은 지난달 하반기이후 거의 중단상태다.
이같은 기현상이 왜 벌어지고 있는가. 금융계관계자들은 우선 지난달말 단기 자금수요가 일시적으로 집중됐던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설자금수요와 부가세등 세수요인이 겹쳐 난기류를 몰고 왔다는 것이다. 연초부터 통화긴축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가 수요현상도 일었다.
또 기업의 설비투자 및 민간소비 증가등 실물경제의 활성화로 자금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같은 수급의 문제보다는 자금흐름의 왜곡이 자금경색을 더 악화시켰다는 견해도 있다. 돈이 실수요자에게 안가고 엉뚱한 곳에 묻혀 있다는 것이다. 중앙투자금융 손완식 상무는 『금융실명제이후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렸다. 대출세일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만성적인 자금 초과수요에서 조금 벗어난 정도였는데 금융기관들이 이에 편승해 자금을 너무 방만하게 운용한 것이 현재 금융기관 자금악화의 주요인이다』고 말했다. 금융기관들이 지난해 주식투자에 치중하고 소비성 대출을 크게 늘린 것이 지금의 자금경색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자금시장이 이처럼 얼어붙자 기업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주)대우 김용길 자금담당이사는 『고금리에도 자금확보가 어려운데 뾰족한 방법도 없다』며 『올해 자금시장이 매우 어려울 것같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금융계관계자들은 그러나 최근과 같은 자금시장의 기현상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오는 7일 은행 지준마감이후부터, 아니면 적어도 이달말이후에는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달과 달리 이달중에는 특별한 자금수요 요인이 없는데다 설이전에 풀려나간 자금이 서서히 금융권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3일 시중은행의 지준 부족사태를 막기 위해 9천8백억원을 방출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고금리현상에 대해 기본적으로 『참고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시적인 특수요인에 의해 생기는 자금시장 교란에 대해서는 즉각 대처를 해야 하지만 지금의 경우는 실물경기 과열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한은의 최연종 이사는 『금리가 높으면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판단, 투자수요를 줄일 것이다. 시장에 맡기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준경 연구위원은 『고금리문제는 단기적 현상이다. 문제는 자금의 수요와 공급이 바람직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있다. 대기업은 자금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에 대한 상업어음 할인금리를 조기에 자유화해 자금수요가 많은 중소기업에 돈이 적절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상철기자>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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