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발빼기… 휘말리면 후유증/「PKO 적극참여」 방침에 고심 정부는 지난달 미국이 내전중인 보스니아지역에 PKO(유엔평화유지활동)파병에 관한 의사타진을 해온 데 대해 이를 간접적인 파병요청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정부는 미국의 이같은 요청에 따라 다시 한번 파병 가능성을 여러모로 따져보고 있다. 정부는 이미 두 차례나 유엔의 보스니아 파병요청을 거절한 바 있는데 이번에도 파병이 실현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보스니아가 다른 지역보다 전쟁 양상이 심각하기 때문에 국내여건과 안전등 여러가지를 고려해 파병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매우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선 미국이 공식문서를 통해 요청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보스니아사태가 우리측의 유엔평화유지활동 참여 기준과는 워낙 동떨어지게 심각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평화유지활동의 주체인 유엔의 공식요청이 온 다음에 파병여건과 실익을 두고 관계부처간에 본격적 논의를 시작한다는 생각이다. 미국이 유엔안보리의장 성명을 바탕으로 주한미대사관을 통해 비공식 서한을 보내 왔으므로 아직 구체적 작업을 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안보리의장은 지난 1월6일 『현재 보스니아사태를 풀기 위해서는 병력이 더 필요하며 회원국들의 적극 참여가 요청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는 국제공조체제의 상징적 존재인 PKO활동에 적극 참여해 국가위상과 입지를 강화한다는 기본적 입장을 갖고 있어 보스니아파병 문제를 무조건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소말리아에 이어 서부사하라에 의료지원부대를 파견하고 있는 시점에서 보스니아를 피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뚜렷한 명분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스니아사태는 서방 강대국들 조차 적극개입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라 우리 정부도 고민을 해야 할 입장이다.
내전 발발 33개월째인 보스니아는 지난해말 당사자인 보스니아 회교정부와 세르비아계가 4개월 시한부 잠정휴전안에 서명, 겉으로는 휴전된 상태다. 그럼에도 비하치를 비롯한 보스니아의 주요 전략요충지에서 전투는 계속되고 있으며 세르비아계가 이미 장악한 영토의 재할양을 거부하고 있어 내전이 끝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동안 중재협상에 나섰던 5개 접촉그룹(미 러 영 불 독)마저 지난달 27일 손을 뗀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파병을 하는 것은 그만큼 모험이 아닐 수 없다. 93년과 94년 연거푸 유엔의 파병요청을 거절한 것도 자칫 내전에 휘말려 인명을 잃는등의 상황이 올 경우에 따른 심각한 후유증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에 보스니아파병이 이뤄진다면 회교정부군을 공격하는 세력과의 국지전투는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정부는 PKO활동에 적극 참여한다는 기본방침에는 변함이 없으나 우리의 사정을 감안, ▲분쟁 당사자간의 평화협정 체결 ▲현지 PKO의 명확한 지휘체계 확립등 12개항에 이르는 기준을 설정해 파병을 결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지금까지 보스니아는 물론 아이티 르완다등 대표적 분쟁지역에 대한 파병요청을 거절한 것도 우리의 기준과는 동떨어진 상황이 주된 원인이었다는것이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현실에서 남의 내전에 끼여 들어 피를 흘리는 경우에 대해 우리 국민이 절대적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의 보스니아 파병요청 역시 유엔의 공식절차를 기다려 논의를 한다는 신중한 태도이나 국민정서등으로 미루어 파병이 실현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손태규기자>손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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