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에 대해 보스니아 파병을 요청하고 있다는 보도는 우리에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오래전 월남전에 파병하여 약5천명이 희생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소말리아에 군대를 보낸일이 있긴 하지만 규모나 성격이 월남전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미국이 파병을 요청해 왔다는 병력규모는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은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비단 한국뿐 아니라 다른 20여개국에 대해서도 유엔평화유지군 보강을 위한 파병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보스니아 파병 요구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한국 정부 당국으로서는 여러모로 검토를 하겠지만 국군의 해외 파견은 명분과 실리가 동시에 충족되지 않으면 결행될 수가 없는 것이다.
보스니아 파병을 놓고 볼때 유엔평화유지활동(PKO)적극참여라는 명분상다소 혼선을 느끼는 측면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지구촌문제를 다같이 걱정하는 세계화의 흐름을 외면할 수 없고 우리와는 안보면에서 혈맹 관계에 있는 미국의 직접적인 요청이라는 점도 선뜻 거부 결정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우리가 처한 지정학적 위상이나 국력의 현실을 감안할때 멀리 유럽대륙에까지 군대를 파견할만한 형편은 못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마저 철수를 계획하고 있으며 그동안 평화협상중재를 맡았던 5개국 접촉그룹(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도 지난달 27일 손을 떼고 떠난 마당이다. NATO가 철수한 뒤의 공백을 한국군이 메운다는 것은 명분상으로 납득이 안가는 처사다.
또 33개월째 전쟁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양당사자인 보스니아 회교정부와 세르비아계가 작년말 4개월 기한부 잠정휴전안에 서명했으나 분쟁 종식 조짐은 아직 보이지않고 있다. 이처럼 불안한 상황에서 전투부대라도 파견한다면 그 지역분쟁에 휘말릴 우려가 높다는 것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 이익이라는 측면에서 볼때도 별로 얻을 게 있을 것같지 않다. 보스니아참전으로 인해 국가적 이미지가 높아지고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국군의 해외파명은 설령 명분과 실리가 맞아 떨어진다 하더라도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한다. 젊은 장병을 멀리 떠나보내는 부모형제 가족들의 마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스니아파병을 따져본 결과 나온 명분과 실리를 볼때 국민적 동의를 얻기란 어려울것 같다.
미국이 어떤 생각에서 그런 요청을 집요하게 해오고 있는 지 모르겠지만 미국의 주문은 무리다. 너무나 가까운 우방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계속 압력을 넣는다면 국민감정을 건드릴지도 모른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신중히 생각해서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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