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표 방북초청·정당회담 제의/「일방적 판문점행-책임전가」 고전적 전술/정부 “맞대응때는 말려들 소지” 관망키로 남북한이 다시 대화재개를 둘러싼 소모적인 공방전에 말려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이른바 대민족회의 개최를 제기한 뒤 적극적인 대남 대화공세를 벌이고 있다. 북한은 노동당의 우당인 사민당 이름으로 이기택민주당대표의 방북을 초청한데 이어 1일에는 대남 전위기구인 조국전선 중앙위원회를 통해 민자당, 신민당, 새한국당을 포함한 우리측 정당에 편지를 보내 대민족회의 개최를 위한 남북정당회담을 제의했다.
우리측의 한 당국자는 이같은 일련의 북한 제의에 대해 『대남전략의 베테랑인 조평통 서기국 국장 백남준의 작품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만큼 일련의 북측 수순들이 고전적인 대화지연전술의 틀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북측이 우리측 사회단체나 인사들에 대해 다량의 「호소문」을 발송한 뒤 대민족회의 개최를 위한 예비접촉을 갖자고 주장하면서 일방적으로 판문점에 나옴으로써 북측의 제의공세가 완결될 것이라는 게 정부측의 예상이다.
이에 대해 우리측이 『당국을 배제한 남북대화는 불가능하다』는 대응성명을 내면서 북측의 「통일전선전술」을 비난하고 다시 북측이 대화중단의 책임을 우리측에 전가하면 과거 특사교환등을 앞두고 벌어졌던 소모적 공방전이 완벽하게 되풀이되는 셈이다.
정부는 2일 북측의 「정당회담」 제의에 대해 이같은 대응성명 발표를 검토했으나 관련부처간 협의를 통해 당분간 입장을 유보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1일까지의 북측 제의는 1막2장정도에 불과한 것』이라며 『북측의 진의가 대화의 「회피」냐, 또는 시간적 여유를 얻기 위한 「지연」이냐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전문가들은 북한이 6월 우리측의 선거 향방이 드러나기까지는 진지하게 당국간 대화에 임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1차적으로 내리고 있다. 현 단계에서 남북대화를 벌이는 것은 우리측 당국을 「돕는 것」으로 여기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북한은 이번 대화공세를 펴면서 사민당등 외곽 유령조직을 내세우고 있으며 우리측의 차관급 대화제의도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우회적으로 거부하는데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우리측은 현 단계에서 맞대응을 할 경우 소모전에 말려들어 책임의 일단을 뒤집어쓰게 될 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하고있다.
남북 양측에서 새로운 제의들은 바삐 오갈지라도 본격적인 대화재개를 위한 여건은 서로 무르익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유승우기자>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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