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 고개길 송림굽이굽이 수평선 가물가물 부산의 해운대 해수욕장은 정월로 접어들면서 한차례씩 몸살을 앓는다. 계절이 따로 없다는 해변은 정초 연휴 인파가 몰리고 대보름날 달맞이행사가 치러질 때쯤에는 발 들여놓을 수 없을만큼 북새통을 이룬다.
달맞이행사는 모래사장 한가운데서 달집을 태우고 제물을 바다용에게 바치는 것으로 절정을 이룬다. 예전에는 이때 달맞이 고개가 쥐불을 놓은 어린이들로 황홀경을 이루었다고 하나 지금은 빌라와 고급음식점이 들어서서 별장같은 레스토랑 창가에 자리를 잡는 것이 달맞이 구경의 진수가 되었다.
경관이 뛰어난 해운대의 달맞이 고개―송정해수욕장―연화―대변어항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해운대의 옛 명성을 이어 새롭게 변모해 가고있다.
전구간이 13, 첫구간인 달맞이 고개부터 중간지점인 송정까지는 송림이 가득한 능선길을 굽이돌면서 수평선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송정부터 대변어항까지는 경남 양산군으로 접어들면서 소박한 해안풍광과 파란 바다 빛깔이 옛모습 그대로이다. 동암포구와 서암리·연화리 어촌은 이미 이름난 회촌으로 자리잡혀 가고 있고 그중 규모가 큰 대변어항은 전국 제일을 자랑하는 기장미역과 기장멸치의 집산지이다.
부산에서는 가장 가까운 청정해역이고 큰 바다에 연해있으면서 빠른 조류가 흘러 모든 해산물들은 맛이 뛰어나다. 겨울인 요즘은 명물인 붕장어(아나고)와 겨울멸치회가 제 맛이 난다. 유난히 오들오들하고 고소한 장어회 맛이 일품이고 멸치회는 기장해안에서나 맛볼 수 있는 유일한 별미이다.
대변어항은 부산에서는 1시간내지 1시간 30분 걸리는데 대중교통편이 편하게 이어지고 서울에서도 1박하면 무리가 없다. 서울―부산간 교통수단 가운데 가장 편한 기차편은 새마을호가 1일 19편(2만3천∼2만7천6백원), 무궁화호가 21편(1만3천3백∼2만7천6백원) 있고 부산역에서 해운대는 좌석버스가 연이어 있다.
첫날은 해운대에 머물며 해운대 겨울바다와 일출을 즐긴 다음 다음날 아침을 먹고 해운대―대변행 버스를 타면 1시간 간격으로 이어지는 노선을 따라 한두곳을 둘러볼 수 있다.<김완석 여행칼럼니스트>김완석>
◎기장외가집 곰장어 짚불구이/기름기없고 훈내 독특(길과맛)
송정해수욕장과 대변어항 사이에 있는 기장외가집(0523―361―7098)은 옛날 선창에서 곰장어를 볏짚에 묻어 그대로 태운 뒤 까맣게 탄 껍질은 훑어버리고 살만 먹던 것을 오늘에 되살려냈다. 마당 한쪽에 돌과 흙으로 화덕을 쌓고 철망으로 된 석쇠에 장어를 올려놓고 볏짚으로 불을 지펴 까맣게 그을릴 정도로 굽는다. 숯처럼 타보이는 곰장어를 접시에 담아 내오면 면장갑을 끼고 껍질을 훑어낸다. 곰장어 특유의 두꺼운 가죽은 매끄럽게 벗겨지고 속에서 나온 살은 찜을 한 것처럼 잘 익어있다. 이를 토막내 기름소금에 찍어먹는데 기름기가 없고 훈내나는 맛이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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