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의 권력투쟁 양상중 흥미로운 점은 신·구 세력간의 갈등과 대립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개혁을 주도해 온 인사들은 대부분 젊은 인텔리 계층이었다. 최대 개혁정당인 러시아선택당의 가이다르 당수를 비롯, 추바이스 제1부총리등 개혁인사들의 연령은 대부분 30대 후반밖에 안된다. 이들은 지난 70여년간의 관습과 제도를 과감히 청산하고 전면적인 사유화 도입등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정착에 앞장 서 왔다.
반면 체첸침공을 주도한 크렘린궁의 강경세력들은 이들보다 나이가 10세 가량 많은 구소련공산당 간부 또는 관료 출신들이다. 이들은 러시아가 초강대국의 지위를 상실한 것은 경륜이나 능력이 부족한 개혁세력이 정치를 주도해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개혁세력들이 계속 옐친대통령의 측근에 있을 경우 자신들의 기득권이 박탈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수구세력들은 체첸사태를 계기로 정국주도권을 차지한 이후 차세대 정치인들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보수노선하에 점진적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즈베스티야등 러시아의 개혁언론들은 보수세력들의 권력장악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옐친대통령이 살 길은 차세대 지도자들과 다시 손을 잡고 개혁을 추진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러시아의 신·구 갈등은 김영삼대통령이 세계화를 위해 차세대 지도자 육성론을 주창하고 있는 가운데 김종필전민자당대표가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한국의 정치상황을 연상케 한다.
러시아인들은 첨예한 정치세대간 대립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방법은 올 연말께 실시될 의회선거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어느 세대의 주장이 옳은지는 유권자인 국민이 판단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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