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농수산물 유통」 현장 르포/청과물·야채·수산물·화훼 등 취급/산지-시장-경매인 묶는 네트워크/13만평 규모,저온창고·판매장 완벽 도쿄(동경)남쪽 바닷가 매립지에 위치하고 있는 오타(대전)시장은 21세기를 대비해 도쿄도가 설립한 초현대식 시설을 갖춘 종합시장이다. 12만8천평의 부지에 1천3백억엔이 투입된 이 시장은 청과물 야채 수산물 화훼등을 취급한다.
도쿄 중심부에서 전철이나 버스로 약30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동시에 4천여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마련돼있는 오타시장은 고속도로 항구 공항과 인접해 있어 신선함이 강조되는 과일 채소 생선등의 거래에 모든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농수산물 도매시장이지만 한국에서와 같은 분위기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시장 바닥에 널려 있을 것으로 쉽게 연상되는 쓰레기는 눈을 씻고 찾아도 볼 수가 없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장면도 없다. 잘 포장되어 상자에 담겨진 농산물이 컨베이어 벨트와 소형 운반차에 실려 오고 갈 뿐이다.
이 시장 야채부의 다나카 노부오(전중신남) 총괄과장은 오타시장의 특징으로 가격선도 기능을 꼽았다. 경매에서 결정된 가격은 즉시 시장안의 컴퓨터 시스템에 자동입력, 전국에서 동시에 알 수 있어 이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 전국 다른 시장 경매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그래서 생산자들은 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순 이 시장을 찾았을 때 마침 일본 사과의 명산지인 아오모리(청삼)현 히로사키(홍전)시에서 출고된 사과 경매가 진행중이었다. 히로사키시 농협관계자들은 「히로사키 사과 아가씨」2명을 앞세워 경매인들에게 품질의 우수성을 열심히 설명했다. 현지신문인 도오(동오)일보의 미카미 호토쿠(삼상붕덕)기자는 사과를 깎아주며 맛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는 『이 시장에서 값이 어떻게 형성되느냐가 현지 농민들 소득과 직결되기 때문에 새벽에 취재를 나왔다』고 말했다.
이 시장의 또 하나 특징은 완벽한 컴퓨터 시설과 대규모의 저온창고 시설이다. 농산물 시장에서 걸어서 5분 정도 떨어진 꽃시장은 일본최초로 컴퓨터 시스템에 의한 경매제를 도입했다. 경매인들은 자신의 책상에 앉아 전광판을 보면서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이같은 공정하고 빠른 컴퓨터 시스템의 도입으로 과거에 손으로 경매를 했을 때 종종 발생했던 오류가 없어졌을 뿐 아니라 산지―시장―경매인을 한데 묶는 네크워크가 형성됐다고 다나카(전중) 과장은 설명했다.
또 과일 생선 야채 꽃등은 신선함이 생명이어서 약2천7백평 규모의 저온판매장을 설치, 언제나 싱싱한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의 모델이 됐다는 오사카(대판)의 중앙도매시장도 깨끗하고 조용하기는 마찬가지다. 포장까지 모든 절차가 산지에서 이미 끝난 상품들이 시장에 나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물건값보다 포장비가 비싸다」는 식으로 가격인상요인을 문제점으로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상인들은 『시장에서는 사람손이 필요없어 오히려 경제적이고 가격인상요인도 적다』고 말한다.
이같은 농수산물 도매시장이 일본 전국에는 88개가 있으며 지방에는 1백평규모의 도매시장이 1천5백96개, 1백평미만이 9백23개가 있다. 연간 5조엔에 달하는 일본 농수산물 유통량중 도매시장을 거치는 것이 약80%에 이른다. 이 가운데 도쿄도에서 운영하는 11개 도매시장에서 취급하는 물량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농수산물 공영도매시장은 12개뿐이다.
일본의 경우 약20%만이 도매시장 밖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농수산물 유통이 근대화되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농수산물 도매시장은 산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농민들의 소득을 높여주며 소비자에게는 신선한 농수산물을 신속하게 공급한다는 점에서 농수산물 유통의 필수적인 시설이기 때문이다.<도쿄·오사카=이상호기자>도쿄·오사카=이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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