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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방비 사찰문화재(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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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방비 사찰문화재(사설)

입력
1995.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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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보사찰인 전남 승주군 송광사 국사전(국보56호)에 보존돼 있던 보물 1043호 고려 16국사 진영 13폭이 지난달 28일 도난당했다. 범인은 국사전 뒤쪽 벽에 직경 40㎝의 구멍을 뚫고 침입, 이를 훔쳐갔다고 한다. 국보인 국사전도 훼손됐을 뿐 아니라 도난당한 보물도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아 문화재관리 전반에 대한 점검 및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처럼 국보등 지정문화재의 훼손 및 도난사건이 많은 나라도 드물다. 그만큼 문화재관리가 엉성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송광사는 74년에도 국보 42호 목조삼존불감을 도난당했었는데 그때의 교훈을 살리지 못하고 다시 불행을 당함으로써 사찰문화재관리의 허점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국보 3점 보물 13점등 국내에서 가장 많은 지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교구본사 사찰인 송광사의 관리가 이러한데 그밖의 사찰은 보지 않아도 관리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항상 도난에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앞으로 도난사건이 더욱 늘어나고 도난품도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고미술품이 해외경매에서 고가로 낙찰되는등 외국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문화재는 70%가 불교문화재다. 이것은 문화재의 대부분이 산야에 널려 있고, 그만큼 관리가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이를 관리하는 시·도공무원은 현재 5백명 안팎에 불과하다. 문화재관리국은 89년 검찰청의 도움으로 이들에게 문화재관리사범 수사권을 부여했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난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당국은 철저한 관리를 다짐하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사찰간의 문화재관리 보호책임소재가 모호하고 문화재 소장자인 사찰의 주인의식도 희박하다.

 문화재당국은 국보등은 매일 점검한다지만 보호시설이나 주인의식이 빈약한 상황에서 이같은 지시만으로 도난을 예방할 수는 없다. 그래서 자체 박물관 마련등 보호시설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재관람료의 현실화와 이의 빈틈없는 활용을 검토할 때가 됐다.

 전국 사찰중 자체 박물관을 소유하고 있는 곳은 현재 신축중인 통도사와 88년에 건평 1백50평규모의 박물관을 마련한 송광사 정도다. 그나마 송광사는 내부 진열시설을 할 예산이 없어 활용 못하고 문화재를 경내 여러 건물에 보존하다가 도난당한 사실을 정부는 가슴에 새겨야 한다.

 이와함께 「문화재는 민족의 유산」이라는 사찰의 책임의식과 국민의 문화재 애호의식 고취 및 문화재사범에 대한 벌칙강화도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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