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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야마의 「번복」/이재무 도쿄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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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야마의 「번복」/이재무 도쿄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5.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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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인식은 시대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한국의 설날연휴였던 지난달 30일과 31일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총리는 중의원예산위에서 한국분단문제에 대해 상반된 발언을 했다. 30일 무라야마총리는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할되어 지금과 같은 불행한 상태에 있는 점에 대해서 일본국민으로서 역사적인 책임이 얼마간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9월 메이지(명치)대학에서 『한반도가 분할된 책임은 우리들에게도 있다』고 말한적이 있어 이날의 발언은 평소 품어왔던 소박한 생각을 토로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31일 야당의원이 이 발언을 추궁하자 무라야마총리는 『전날 얘기한 것은 과거의 식민지지배가 역사적으로 초래한 경위에 있어서의 책임이다. 일본정부가 분할한 것이 아닌만큼 분단에 대한 책임은 일본에는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싶다』고 말해 일본정부가 종전까지 취해온 입장으로 후퇴해 버렸다.

 일본외무부는 남북분단문제에 관해 「미국과 공산주의세력간의 역학관계속에서 생겨난 것으로 이에 관여치 않았던 일본에는 책임이 있을 수 없다」는 논리를 펴왔다. 게다가 북한과의 국교정상화교섭에서 북한이 분단책임을 일본측에 따질 가능성이 있는 것을 상정하고 장차 교섭에서 불리한 상황을 모면하자는 것이 외무부의 입장이다.

 한반도의 분단이 일본의 침략전쟁과 식민지지배때문이라는 것은 공통된 역사인식이다. 일본은 종전 50주년이 되는 금년에 피해당사국인 아시아국가들에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기 위한 각종 사업을 벌일 방침임을 밝힌바 있다. 아시아국가들은 새로운 시각으로 일본을 보려고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인은 제공했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일본의 외교정책은 소탐대실을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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