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미 발레단 미공연서 주역맡아 소리를 듣지 못하는 발레리나 강진희(22·한양대 무용과 4)가 힘차게 도약한다. 선천적 청각장애로 침묵속에서 춤추는 그는 조승미발레단의 미국초청공연에서 주역을 맡아 세계무대에 기량을 선보인다.
출연작은 「삼손과 데릴라」(조승미 안무). 92년 초연돼 호평을 받은 대작으로 힘찬 군무와 환상적 2인무등이 조화를 이룬다. 그동안 「백조의 호수」 흑조역등 조역을 맡은 적은 있지만 프리마 발레리나로 나서기는 처음이다. 조승미발레단 창단 15주년기념으로 마련된 공연은 11일 LA근교 컬버시티 패서디나공회당, 13일 참전용사기념관에서 개최된다.
강진희에겐 춤이 곧 삶이다. 그래서 춤추기가 치열하다. 춤을 추려면 도움이 필요하다. 장면마다 시연과 박자설명이 따르고 음악이 느려지거나 빨라질 때는 신호를 해주어야 한다. 상대역과 호흡을 맞출 때면 눈짓과 손끝의 움직임 모두가 음악이 된다. 스승 조승미교수는 『암기력과 박자감각이 보통사람보다 뛰어나 거의 틀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강진희는 『보청기를 끼면 진동의 강약을 희미하게 느낄 수 있어 음악을 크게 틀고 스피커에 귀를 대보기도 한다』고 웃으며 설명한다.
일상적 의사소통은 구화학교에서 받은 훈련 덕분에 가능했다. 중학교때 처음 무용을 하겠다고 했을 때 반대가 심했으나 결국 이겨냈다. 고3때인 90년 한양대주최 전국학생무용콩쿠르 1등, 92년 전국대학콩쿠르 금상, 93년 북규슈 국제양무콩쿠르 준우승을 차지했다. 가장 좋아하는 무용가는 러시아태생의 나탈리아 마카로바. 강진희는 잘 알아들을 수 없는 거친 목소리로 『숨이 멎을 때까지 춤을 추겠다. 그러나 아직 크게 부족하므로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김희원기자>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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