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연구가들도 북한의 홀로서기에 대해 의아심을 내보이고 있다. 북한은 상식적으로 보면 도저히 헤어나지 못할 어려움들을 극복해 가면서 초강대국 미국과 제법 수지맞는 외교쟁투를 벌이기도 하고 국제무대에서 큰소리도 쳐가면서 의연히 서 있는 것이 놀랍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불가사의한 일이 많다. 첫째는 이들이 지난 10년이상을 흉년으로 지내면서도 굶어 죽는 자를 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프랑스 인공위성연구소는 지구위를 날아다니는 관측위성을 통해 전세계의 농작물작황을 사진찍는다. 이 사진 분석에 의하면 북한은 벌써 10년째 형편없는 흉작을 맞고 있다. 실제로 비밀리에 북한을 다녀온 선교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먹고사는 것이 말이 아니다. 하루에 2끼를 먹는 일이 벌써 4∼5년째 계속되고 있고 2∼3년전부터는 하루에 2끼주는 그 식사도 밥그릇의 밥높이가 자꾸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밥높이의 높고 낮음에 따라 신분의 높고 낮음이 비교된다. 더구나 외화는 고갈되어 외교관이 밀수를 해서라도 벌이를 하는 판이니 외화로 외국식량을 사들일 형편도 못된다. 이런 현실인데도 아수라장이 되지 않고 굶어 죽는다는 소식이 없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둘째는 국민소득의 30%이상을 국방비에 쏟아 넣고도 국가를 유지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 정부예산은 국민총생산의 4분의 1로 잡는다. 우리나라의 GNP는 2천억달러 정도이므로 정부예산은 5백억달러 정도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예산 중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4%정도이다. 국민총생산액에 비하면 약6%에 해당된다. 일본의 방위비가 국민총생산의 1%인 것에 비해 보면 한국의 국방비부담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남한경제 크기의 20분의 1수준밖에 안되는 북한이 전체GNP의 30%를 군사비에 처박는다는 것은 상식으로는 국가생존을 불가능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상당히 탄탄한 국가로 엄연히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불가사의가 아닐 수 없다.
셋째는 정치적 안정이다. 북한의 경제도 죽었고 북한을 지난 반세기 동안 지배해 오던 독재자 김일성도 죽었는데 여전히 북한은 정치안정을 갖고 대내외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경제가 죽으면 마침내 북한에 정치소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많은 북한전문가들이 예단했었고 또 김일성이 죽으면 북한이 흔들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경제가 죽고 김일성이 죽었는데도 북한이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것은 역시 불가사의가 아닐 수 없다.
26일 한국을 방문한 스트로브 탤보트 미국무부부장관, 윈스턴 로드 동아시아 및 태평양 담당차관보도 이 문제에 관해서는 도무지 명백한 답을 내리고 있지 못했다. 다만 이들은 북한의 독재체제가 개방화와 더불어 혁명(REVOLUTION)아닌 점진적 진전(EVOLUTION)으로 개선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런 불가사의들은 악조건에 견디는 조선인들의 적응수치가 세계인들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높기 때문에 성립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북한의 김일성부자의 독재가 세계역사상 유례없이 독하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는지는 모르나 이 두가지 요소가 내재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평양에 미국 성조기가 휘날리게 되고 점진적으로 개방물결이 들어가면 이런 불가사의의 근원을 약간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원인이 독재였다면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고 인내심이 불가사의의 더큰 요인이었다면 진전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