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아성 깨기 영토싸움 치열/삼성,집념으로 승용차진출 현대·기아 위협/현대,미반도체사 인수 삼성 「철옹성」에 도전/다점포·신업태 뉴코아백화점 신세계 넘봐/LG,5대가전품 5년만에 1위 명예 탈환 재벌그룹의 철옹성이 무너진다.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기업마다 경쟁기업의 심장부를 공략하는 영토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분야에선 ○○가 최고」라는 오랜 재계질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후발주자에 추월당하는가 하면 히트상품 하나로 시장판도가 완전히 뒤바뀌고 하루 아침에 아군이었던 대리점이 적군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수십년간 지켜온 난공불락의 아성이 의외의 적수에 의해 허물어지고 시장마다 「절대기업」의 명성이 퇴색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재벌그룹의 「외형경쟁」이 어느때보다도 치열해지면서 재계의 지각변동은 더욱 격렬하게 일어날 전망이다. 현대그룹은 올해 매출목표를 삼성과 똑같이 60조원으로 정해 2년연속 1위를 차지한 삼성에 도전장을 던졌고 LG와 대우도 「수성과 역전」의 한판승부에 돌입했다. 삼성의 승용차사업참여는 업계 최강자인 현대는 물론 자동차그룹으로서 전문성과 독보성을 지녀온 기아그룹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현대는 또 지난해말 삼성과의 접전끝에 세계 최고수준의 비메모리반도체 제조기술을 보유한 미 AT&T―GIS사의 비메모리반도체부문을 전격 인수하는데 성공, 2년연속 메모리반도체분야 세계매출 1위를 기록한 삼성의 아성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백화점업계에서는 다점포화·신업태화를 내세운 뉴코아가 93년 매출 4위에서 지난해 3위로 올라선데 이어 올해는 2조원의 매출을 달성, 신세계를 따돌리고 2위를 차지한다는 전략이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관심권밖에 머물렀던 뉴코아가 매년 한계단씩 올라 결국 수위를 노리게 된 것이다.
지난해에는 금성사가 상반기 컬러TV VCR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등 5대 가전제품 판매실적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5년만에 1위의 자리를 탈환했다. 삼성은 69년 럭키금성그룹이 독주하고있던 전자업계에 뛰어든 이후 줄곧 금성사의 뒷자리를 지켜왔으나 89년 판세를 역전시키며 가전업계의 최강자로 떠올랐었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 삼성의 가전제품이 2.7% 매출신장(내수와 수출 포함)에 머물러 있는 동안 금성사는 「카오스 팡팡 세탁기」 「뉴김장독 냉장고」등 히트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18%의 신장세를 기록, 전자업계 원조로서의 명성을 되찾았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정유업계의 막내격인 현대정유가 유공의 최대 대리점인 미륭상사를 빼앗아 재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선대회장 시절부터 32년간 선경그룹과 고락을 함께 해온 미륭상사가 갑자기 현대와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하루 아침에 유공의 시장점유율이 1% 낮아지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밖에도 현대의 제철소등 각 그룹마다 사활을 건 사업확장에 뛰어들면서 기존의 재계질서는 역전과 재역전의 드라마 속에 휩쓸려 들어가고 있다. 덩치큰 공기업민영화, 신규사업진출등을 남겨둔 올 한해동안 재계의 지각변동은 더욱 크게, 격렬하게 일어날 전망이다.<남대희기자>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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