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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사회」의 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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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사회」의 설(사설)

입력
1995.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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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은 넉넉한 어머니의 품만 같다. 한 없이 넓고 깊기만 하다. 그 속엔 미움도 원한도 긴장도 없다. 포근함과 반가움만 있을 뿐이다. 군불이라도 따뜻하게 지핀 고향의 안방에 온 가족이 둘러 앉기라도 하면 우리는 삶의 괴로움을 잊는다. 생활에 지친 육신을 어루만져 주는 고향의 따사로움에 모처럼 여유를 가져본다. 피어나는 웃음꽃 속에 조상의 음덕에 감사하고 서로 살아가는 모습을 전하고 나눈다. 자리를 같이하지 못한 가족을 그리워도 하고 희미해진 고향친구와 전통놀이에 생각을 달래보며 삶의 맛을 더 깊이하게 된다.

 설은 이처럼 고향의 숨결이 어려있기에 이중과세 논쟁속에서도 더욱더 「민족의 축제」가 되어가고 있다. 조사에 의하면 90% 가까운 사람들이 구정을 쇠겠다고 응답했다. 자그마치 전인구의 60%인 2천8백만명이 교통전쟁과 찬바람을 뚫고 고향으로 달려가는 사실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28일부터 설날(31일) 민족 대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번 설에는 고향의 따뜻하고 맑은 인정속에 우리자신을 비추어 살피고 주위를 돌아보는 기회를 가지면 명절을 맞는 기쁨과 의의가 더하지 않을까. 축제에는 축제다운 뜻과 내용이 있어야 한다. 그것을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다.

 무엇보다 설은 모두 함께하고 밝은 내일을 향해 재충전을 하는데 더 큰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혼자만의 축제는 의미가 없다. 생활이 조금 나아졌다고 교만하고 나태해져 우리 스스로를 잊지 않았나 반성도 하고 그동안 소홀히 했을지도 모를 「함께사는 사회, 함께사는 세계」의 정을 되살려 보는 것도 내일의 생활을 보다 알차고 풍요롭게 만드는 원천이 될 것이다.

 현재 남쪽지방은 오랜 가뭄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포항 창녕등은 70∼90년만의 가뭄으로 저수지는 바닥나고 댐까지도 앙상한 몰골을 내보이고 있는 심각한 실정이다. 제한 급수가 계속되는 가운데 식수까지도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도 마음에 담고 고향길을 달려야 한다.

 또한 이웃 일본에선 고베(신호)시 일대를 강타한 효고(병고)현 남부지진으로 우리동포도 1백수십명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2천억엔(1조6천억원) 이상의 재산피해로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 빠져 있다. 이국에서 쌓아올린 생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동포들의 아픔은 바로 우리들의 아픔이라고 할 것이다.

 「함께사는 사회」의 정으로 이들 어려운 사람들을 포용하고, 고향 오가는 길에서도 서로 돕고 양보하며, 주위환경까지 배려하면 설을 맞는 의미가 한결 충실해질 것이다. 이것은 설을 한층 더 민족의 축제답게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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