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통화긴축­물가안정 “흔들”/정부·금융시장 「힘겨루기」 양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통화긴축­물가안정 “흔들”/정부·금융시장 「힘겨루기」 양상

입력
1995.01.29 00:00
0 0

◎금리폭등·주가폭락에 자금 대거방출/자금난 돈사재기등 탓… 총통화는 과잉/안정의지로 가수요 제거해야 정부와 금융시장간에 치열한 「힘겨루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한쪽(정부)에선 가급적 돈줄을 죄려 하고 다른 한쪽(시장참여자)에선 최대한 돈줄을 풀게 하려는 극한 대치국면이 설을 앞둔 금융시장에 며칠째 전개되고 있다.

 일단 이번 「설 대전」의 승부는 정부의 판정패라는게 전문가들의 잠정결론이다. 설을 앞두고 금리폭등 주식폭락등 금융시장에 난기류가 계속되자 정부는 ▲설자금을 대거 방출하고 ▲급격한 통화환수는 없다면서 ▲잇단 증시부양대책까지 내놓았지만 마치 『이 정도론 어림없다』는 식으로 금융시장의 경색국면은 좀처럼 해빙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새해 벽두 금융시장은 혼돈 그 자체였다. 연초 연14.25%에 머물던 회사채수익률(장기실세금리)은 한달도 못돼 15.20%로 1%포인트나 뛰었고 CD수익률도 14.70%에서 16.54%로 급등했다. 콜금리는 아예 법정상한선(연 25%)까지 치솟았다. 증시부양책덕에 일시 주가가 반등했지만 어쨌든 연초 1,013대의 종합주가지수는 27일 907까지로 1백포인트이상 곤두박질쳤다.

 당국은 원인을 「달력」에서 찾았다. 원래 자금수요가 많은 설과 월말이 겹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연휴 후면 바로 은행지준마감(7일)이 돌아오는 탓에 지금은 일시적 「자금병목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며 설을 넘기면 금융시장은 바로 정상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시장안정을 위해 ▲설자금으로 작년보다 1조원이상 많은 3조6천억원을 공급하고 ▲이례적으로 분기 통화관리목표(1·4분기 18%)까지 공표하면서 급격한 통화환수는 않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약발」은 별로 먹혀들지 않았다.

 사실 자금난이라 해도 시중 돈사정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18∼19%대의 총통화증가율만 보면 오히려 과잉통화상태에 가깝다. 문제는 지금처럼 ▲과다한 소비성 가계자금대출 ▲대기업의 돈사재기(가수요)등 비정상적 자금유통구조가 있는 한 통화총량과는 관계없이 자금시장경색은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융기관들의 방만한 자금운용과 가수요가 흔들어 놓은 금리·주가를 바로 잡기 위해 돈을 풀어대는 것은 결국 시장안정이란 명분하에 가수요제거보다는 단기적으로 가수요비위를 맞추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올해 최대정책과제는 통화·재정긴축을 통한 물가안정(최종목표)이었다. 물가를 위해 성장을 「희생」하겠다는 표현까지 사용했었다. 환율 금리(중간관리목표)는 그 다음 우선순위였고 오히려 경기진정차원에서 금리상승은 어느정도 용인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었다.

 그러나 금융시장요동에 정부가 「통화긴축」이란 맞대응 대신 통화방출이란 편리한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시장참여자, 특히 가수요자들의 기만 살려준 꼴이 되었다. 『물가안정의지는 불변』이라는 거듭된 천명에도 불구, 정부는 중간목표를 위해 최종목표를 미룸으로써 신뢰성마저 상처입게 되었다.

 늘 그랬듯이 정부는 이번에도 시장경색에 신축적 통화운용으로 대처, 결국 가수요가 주도하는 금융시장에 『금리상승 주가폭락에 정부가 얼마나 버티나  보자』는 식의 「면역성」만 높여주고 말았다. 『금융시장의 정부 길들이기가 갈수록 심해진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정부로선 가수요제거를 통한 금융시장안정을 위해 더 확실한 긴축의지가 필요한 상황이다.<이성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