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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머니 대책 세워라”/이재승(일요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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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머니 대책 세워라”/이재승(일요시론)

입력
1995.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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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들 주식시장은 실물경제의 선행지표라고 한다. 경기의 호황과 불황이 실제 닥치기 이전에 증권시장의 주식거래에서 이것이 미리 나타난다고 해서 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 상식의 현상이 이제는 틀려나가고 있다. 실물경제가 이제 본격적으로 활황으로 들어가고 있고 적어도 앞으로 한해동안은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는데 주식시장은 침체국면을 드러내고 있다. 증시가 현재의 침체국면을 탈출하려면 정부의 제한된 부양책을 기폭력으로 하여 자생력을 복원해야 하는 것이다. 증시의 냉각추세와는 대조적으로 통계청의 통계는 실물경제가 경기과열에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지난해 12월과 4·4분기동안에 산업생산증가율, 설비투자증가율, 제조업가동률등 각종지표가 근년에 없었던 최고의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상징적으로 12월중 실업률이 2·1%로 완전고용상태임을 보여 줬다. 주식시장과 실물경제사이에는 극명한 두개의 서로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종래의 인식을 깨는 이상현상이다. 변칙적인 현상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자면 정확한 진단과 신속하고 적절한 처방이 요구된다. 현재의 증시냉각상황에 대해 통화·금융긴축, 외국인주식투자자금(핫머니)의 순유출, 과도한 물량공급계획등을 주요요인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틀린 것이 아니다. 돈줄을 조이면 자금이 부족되고 금리가 오르니 주식시장으로서는 2중의 압력을 받는다. 정부는 통화량(M2)증가율을 12∼16%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급격한 환수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연말의 18%수준을 격감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정부의 이러한 위무적발언에도 불구하고 은행등 기관투자자들은 유동적인 통화량조절에 불안하다. 콜금리가 25%, 3년만기의 회사채이익률이 15%가 되는등 고금리현상은 금융쪽의 불안을 반영하는 것이다. 또한 주식·회사채등 증시의 공급물량을 지난해에 비해 35%(총 33조)나 늘려잡은 것은 분명히 무리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외국인주식투자자금의 탈출추세다. 지난 1월23일현재 외국인주식투자자금의 유입누계는 94억4천1백만달러다. 그러나 92년1월 증시개방과 더불어 밀어 닥치기 시작했던 외국인주식투자자금이 93년(약57억달러)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했고 올 1월들어서도 순유출이 약2억5천만달러에 달했다. 핫머니의 순유출증대에는 외국인주식투자한도제한(현12%)도 있지만 신흥경제성장국시장에서의 세계적추세다. 미국연방준비은행의 연속적인 금리인상(현재 5.5%)에 따라 미국재무부공채등 수익률이 높아지고 안전한 미국채권쪽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의 핫머니규모는 4조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이윤과 불안에 다같이 극도로 예민한 이 단기성투기자금은 진입과 탈출, 특히 탈출이 번개같다. 컴퓨터단말기의 키를 한번 누르면 수백만달러에서 수백억달러에 이르기까지 이 시장에서 저 시장으로 왔다 갔다 한다. 멕시코의 페소화가 올해 들어 첫 희생자가 됐다. 금융은 시장의 세계화·개방화가 가장 잘된 산업중의 하나다. 금융·외환의 개방화를 서두르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핫머니에 대한 대비책을 강화해야겠다. 물론 우리경제는 멕시코경제가 아니다. 외환보유고, 성장률, 외채상환능력, 국내저축률등 관련지표들이 건실하다. 그러나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치, 사회, 안보, 천재지변등 무수하다. 우리의 힘이 미치지 않는것들도 많다. 우리로서는 경제를 건실하게 하는 것과 핫머니에 대한 의존을 가능한 한 줄이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자면 금융·외환·자본시장의 개방속도와 폭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제수지의 개선을 위해서도 저축과 근면의 덕목이 계속 조장돼야겠다.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경제가 취약해지면 핫머니의 전광석화같은 퇴장에 의해 증권시장의 파동이 일어날 가능성은 상존하는 것이다.

 그것이 WTO(세계무역기구)체제의 「국경없는 세계경제」에 대한 가공할 복병이다. 세계적인 대응장치가 마련되기 전에는 자위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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